[최시중 전격 사퇴] 종편파행·측근비리·돈봉투 의혹… 벼랑끝 ‘방통대군’ 결국 무릎
입력 2012-01-27 21:56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사퇴한 것은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둘러싼 의혹 등 각종 정책실패로 여론이 악화된 데다 최측근 비리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안고 각종 정책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더 시간을 끌면 자칫 현 정권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자신에게 쏠리는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5일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사퇴는 의혹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 위원장은 퇴임사에서 “나의 퇴임이 방통위에 대한 외부의 편견과 오해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그를 둘러싼 의혹들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검찰수사는 물론 내년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후 청문회 등이 기다리고 있다는 전망이 많다.
그는 임기 내내 각종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둘러싸고 친여 성향의 보수 언론에 채널을 몰아줌으로써 끊임없는 특혜 선정 의혹을 받아왔다. 더구나 졸속으로 출범한 종편은 준비 부족으로 각종 방송사고를 일으키고 있는데다, 시청률도 거의 0%대에 머무르자 벌써부터 종편은 실패작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아울러 종편이 무더기로 생기면서 방송시장과 광고시장이 크게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
채널을 배정받은 신문사들도 당초 채널이 1∼2개로 한정되는 줄 알았다가 무더기로 허가되자 차별성이 없어지면서 곤혹스러워하긴 마찬가지다. 방통위가 양쪽에서 욕을 먹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비난은 곧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최 위원장에게 쏟아졌고 정권에도 적잖은 부담이 됐다.
게다가 의혹이 끊이지 않는 측근 비리는 최 위원장을 더욱 곤혹스런 처지에 빠뜨렸다.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도 측근인 박배수 보좌관이 7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 최 위원장 측근까지 의혹이 제기되자 정권의 도덕성이 송두리째 뒤흔들리게 된 것이다.
검찰에 구속된 한국방송예술진흥원 김학인 이사장이 횡령한 돈 240억원 가운데 일부가 최 위원장 최측근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에게 건너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정씨가 통신업체와 케이블업체로부터 각각 수억원을 받았다는 첩보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 위원장도 마냥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가 됐다. 검찰 수사는 최 위원장 측근을 향해 좁혀드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선 정씨가 거액을 받았다면 최 위원장이나 주변에서 몰랐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최 위원장은 최근 정 전 보좌역이 2009년 국회 문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돈봉투를 건넨 시점이 미디어법 국회 통과 직후여서 그에 대한 사례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돈다.
결국 미디어법 통과와 종편채널 선정 등 실정과 측근비리에 돈봉투 의혹까지 겹치면서 등 떠밀리는 모양새로 퇴임을 하게 됐다. 퇴임 후에도 이런 의혹들은 그를 괴롭힐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임기말에 새로운 다른 의혹들이 추가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