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봉주 팬클럽에 휘둘리는 민주당
입력 2012-01-27 18:17
민주통합당이 정봉주 전 의원 팬클럽에 점거당한 듯한 희한한 풍경이 연출됐다. 정 전 의원이 BBK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죄로 대법원에서 1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된 지 한 달째인 그제 민주당이 보인 모습이 그랬다. 한명숙 대표와 박지원 최고위원 등은 충남 홍성교도소로 내려가 정 전 의원을 특별면회하며 격려했다. 당내 ‘정봉주구명위원회’는 2월 임시국회 첫날 정 전 의원 팬클럽인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 및 ‘나꼼수’팀과 함께 소위 ‘정봉주법’ 통과 촉구 결의대회를 갖기로 했다. 내달 10일엔 ‘봉주버스’를 마련해 정 전 의원 지지방문을 하고, 법률가 초청 토론회와 정 전 의원 사면 촉구 마라톤대회에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이 정봉주 개인을 위한 정당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정 전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과도한 ‘애정’ 표현 이면에는 19만여명으로 알려진 미권스 회원들이 있다. 뉴미디어 활용에 능숙한 이들의 마음을 붙잡아둬야 올 총선과 대선을 유리하게 치를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미권스의 힘은 민주당 새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이미 나타났다. 정 전 의원이 옥중에서 회원들에게 민주당 시민선거인단에 적극 참가하라고 독려하자 일부 후보들이 정 전 의원의 사면이나 석방을 공약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정도(正道)를 너무 벗어났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정 전 의원 지지자들은 도심에서 무죄 판결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정봉주는 무죄입니다’라는 신문광고를 내며 사법부를 압박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주심 대법관 신상을 공개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법치를 부정하는 행위들이다. 이런 사람들 눈치를 살피며 동조하는 것은 공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민주당은 정 전 의원 석방을 위해 법 개정까지 집요하게 추진 중이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 전 의원을 풀어주려는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민주당이 진정 수권정당을 바라고 있다면, 이쯤에서 ‘정봉주 마케팅’을 중단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