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수방랑기(28) - 하나님을 해방시켜라

입력 2012-01-27 09:54

하나님을 해방시켜라

미국 세인트루이스 기차역에서 기다리며 지방신문을 읽고 있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 하나가 있었습니다. 사진이 곁들여진 3단 기사였습니다.

“성지는 가까운 곳에 있다” (The Holy Land Is Not Far From You).

그런 제목입니다. 성지(聖地)라면 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단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걸쳐 있는 땅인데 성지가 가까이 있다니 우선 흥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미국의 어떤 믿음 좋은 사람이 이스라엘 성지를 돌아보고 큰 결심을 하고 돌아왔답니다. 그 성지의 축소판을 미국 땅에 건설하겠다는 비전입니다. 가이사랴에 갔을 때 ‘빌라도’라는 이름이 새겨진 돌멩이를 안내자가 열심히 설명한 뒤 질문시간이 있었습니다.

“그토록 귀중한 물건을 여기 이렇게 방치하면 누가 도적질해가지 않을까요?”

그렇게 물었습니다. 문화재 도굴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에 걱정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이건 모조품(replica)입니다. 진본은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지요.”

그런 설명을 듣자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결국 짝퉁이란 말이죠.” 하고 퉁명스럽게 대꾸했습니다. 그러나 이 믿음 좋은 사람은 그 순간 머릿속에서 번개가 번쩍하는 걸 느꼈습니다.

“주님, 그렇다면 이스라엘 땅에 있는 이 성지 전체의 레플리카를 미국 땅에 만들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런 기도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미국 전체가 범죄와 하나님 멸시로 오염되어 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아보라는 그분의 음성으로 들렸습니다. 게다가 가난해서 이곳까지 못 오는 믿음의 형제들이 성지방문의 감동을 미국에서 받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성지 지도 가운데 가장 잘 된 것을 하나 사서 가슴에 품고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스라엘 성지와 여건이 비슷한 곳을 여러 군데 답사하고 최종적으로 한 곳을 골라 땅을 확보했습니다. 물론 전 재산을 털어 넣었고, 성지 전문가를 초청하여 자문을 받았습니다.

“진본보다 더 감동이 큰 모조품 성지를 조성해 주시옵소서.”

공사를 하면서 몇 년 동안 그런 기도를 하며 펑펑 쏟아지는 은혜를 체험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제1단계 준공감사예배가 있었다는 것이 언론보도의 내용입니다.

나 예수는 그 기사를 읽고 어서 속히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도를 자세히 점검해 보니 당초 가려던 목적지 중간에서 내리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해가 저물 때에 그 짝퉁성지에 도착했습니다. 한 쪽에서는 여전히 작업이 진행 중이었지만 다행히 갈릴리 바다는 개방하고 있답니다. 아, 갈릴리 바다! 나 예수는 갈릴리 바다라면 껌뻑 죽는 정도 아닙니까. 선착장에 도착하니 진본 갈릴리 바다보다 규모는 작으나 모든 것이 비슷했습니다. 특히 어둑어둑해 가는 밤이라 야광시설이 신비감을 더해 주었습니다.

배에는 모두 열 사람이 타고 있었습니다. 일곱 사람은 코리언들이었고 두 사람은 배의 선장과 조수 그리고 나 예수였습니다. 그런데 코리언들은 모두 성경을 들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미주에 있는 어느 교회 셀그룹 회원들이랍니다. 마침 갈릴리 바다 위에서 일어났던 기적을 중심으로 성경말씀을 묵상하며 함께 나누고 있었습니다.

“아니, 아무리 예수님이라 해도 물 위에서 걸으셨다니 나는 전혀 믿을 수가 없네요. 과학적으로 생각할 때 그게 말이나 됩니까. 저 모래 밭이 가까운 물가로 걸으니까 마치 물 위를 걷는 것처럼 보였다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거든요.”

그 중의 한 사람이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러니까 남은 여섯 사람이 일제히 항의를 했습니다. 비록 표현은 달라도 그 핵심은 나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므로 무슨 기적이나 행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베드로도 몇 분 동안 물 위로 걸어갔다고 하는데 그러면 여기 베드로처럼 걸을 사람 나와 봐. 믿음 좋은 사람 누구야? 당장 물위로 걸으란 말이야.”

그 과학주의자는 일어나서 그렇게 호기를 부렸습니다. 그러니까 여섯 사람은 당황한 표정이었습니다.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그 때 나 예수는 옷을 입은 채로 바다 위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물 위를 걸어서 배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러자 선장과 조수는 물론 여섯 코리언들도 깜짝 놀라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습니다.

“창조주이신 하늘 아버님을 과학이라는 족쇄에 꽁꽁 묶어두면 안 되지요.”

나 예수는 그 과학주의자에게 딱 잘라서 깨우쳤습니다. 그러자, ‘자신의 죄를 용서해 달라’는 비명이 미친바람에 섞여 가느다랗게 들려왔습니다.

이정근 목사 (원수사랑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