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외 판매’ 결론 모새 표류 불가피
입력 2012-01-26 23:24
감기약, 소화제 등 가정상비약의 약국외 판매 문제가 표류하게 됐다. 약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정부가 계획한 약사법 개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한약사회는 26일 격렬한 내부토론에도 불구하고 가정상비약의 약국외 판매 수용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약사회는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적으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아 복지부 등 외부와의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약사회는 서초3동 약사회관에서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어 ‘상비약의 약국외 판매 허용 안건’을 표결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282명(위임 14명 포함) 가운데 반대가 141명으로 많았지만 의결정족수인 출석 과반수 142명을 넘지 못했다. 찬성은 107명, 무효 처리가 4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표결권을 위임한 14명은 의결정족수에 포함되지만 찬·반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나머지 10여명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임시총회에서는 찬반 의견을 피력하는 대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일부 약사들은 몸싸움까지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근 약사회 이사는 “안건 상정 자체가 결론이 없던 일이 됐다”면서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약사회 집행부가 밝혀온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상비약의 약국외 판매에 대해 반대 의견이 더 많았지만 표결 결과는 부결이 아니어서 복지부와의 합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약사회의 공식 발표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약사회 임시총회에서 결론이 바뀌지 않은 만큼 기존의 합의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시에 다음달 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이 처리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에도 변함이 없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약사회 내부 다툼이 심한 상황에서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말할 수 없다”며 “약사회가 공식입장을 변경하지 않은 만큼 기존 합의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지만 반대 의견이 찬성의견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김 이사는 개표결과를 발표하면서 “반대표가 더 많았다”면서 “집행부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약사회 현 집행부가 반대표를 의식해 복지부와 다시 협의하겠다고 나선다면 다음달 약사법 개정안은 무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약사회가 입장을 바꾼다면 대대적인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민의 83%가 가정상비약의 약국외 판매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