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한국경제] 2011년 低성장 쇼크… 2012년 “스태그플레이션 올까” 더 걱정

입력 2012-01-26 19:01


2011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6%는 ‘불확실성’의 충격파다. 한국은행 전망치는 물론이고 민간경제연구소의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저성장 쇼크’로 받아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재정 위기 파장이 장기화되고 후유증이 커지면서 3%대 저성장은 예고됐다고 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하반기 수정전망에서 2011년 성장률을 3.6%로 예측한 바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2012년 경제전망도 어둡고 변수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대선과 총선 등 각종 정치일정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저성장 속 물가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올 수 있다.

◇유럽발 불확실성에 짓눌린 한국경제=지난해 한국경제의 최대 적은 글로벌 경기침체, 특히 유럽의 재정위기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이에 따른 불확실성은 4분기 성장률(0.4%)을 크게 떨어뜨렸고, 결국 연간으로도 전망치를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4분기의 경우 민간소비(-0.4%), 정부소비(-1.7%), 설비투자(-5.2%), 건설투자(-0.3%), 수출(-1.5%), 수입(-3.1%) 모두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재고증감만 유일하게 0.6% 늘었다.

유럽발 재정위기의 파장이 언제,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없게 되면서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 모두 호주머니를 닫은 것이다. 특히 파급효과가 큰 건설투자(-6.5%) 감소세는 이를 잘 말해준다.

또한 교역조건을 감안한 실질 국내총소득(GNI) 성장률이 1.1%에 그친 점을 감안할 때 실질 GDP 성장률은 체감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성장과실과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이에 격차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우려되는 스태그플레이션=올해 경제는 더 어려울 전망이다. 무엇보다 물가는 앙등하는데 성장이 정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도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스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의 경제가 여전히 위기에 빠져 있는 등 세계경제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4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세계경제성장률을 3.3%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예상치 4.0%보다 0.7% 포인트 하향 전망한 것이다. 이 같은 글로벌 경제의 침체는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올해 3.7% 성장을 예상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UBS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9%로 전망하는 등 국제투자은행들은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양대 선거를 앞둔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유권자를 의식해 무리하게 투자를 확대하고 성장드라이브를 걸 경우 물가급등이라는 후유증이 우려된다. 정부로서는 올해 물가를 3%대 초반에 억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란사태 등 중동사태를 감안할 때 국제유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정부의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자칫했다간 성장을 이루지 못하면서 물가만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서민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현동 기자 hd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