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사살’ 美 특수부대, 소말리아 인질 2명 극적 구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네이비실’

입력 2012-01-26 18:57

“오늘 밤 (작전) 잘했어(Good job, tonight).”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밤(현지시간) 신년 국정연설을 하기 위해 하원회의장에 도착해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을 만나자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이렇게 격려했다. 오바마는 국정연설 전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해 5월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던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이 이번엔 소말리아 인질 구출작전에 성공했다는 것을. 미국인들은 오바마가 국정연설 말미에 네이비실 깃발을 들고 “가장 자랑스러운 소유물의 하나”라고 외친 이유도 뒤늦게 깨달았다.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빈 라덴을 사살한 네이비실이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 또다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A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소말리아 현지 시간으로 25일 새벽, 네이비실 부대원들이 헬기 2대에서 낙하산을 타고 소말리아 중부 하라드히어 인근 해적 근거지에 착륙했다. 이들은 어둠 속에 살금살금 기어가 캠프를 급습, 미국인 여성 제시카 부캐넌(32)과 덴마크 남성 포울 티스테드(60) 등 피랍자 2명을 구출했다.

이들은 덴마크 난민위원회 소속으로 지난해 10월 소말리아 북부에서 지뢰제거와 난민지원 등 인도주의 활동을 벌이던 중 해적들에게 납치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두 사람은 구출된 후 가족들과 재회를 위해 이동 중이며, 건강악화설이 있던 부캐넌은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라고 신문은 전했다.

작전 과정에서 소총을 쏘면서 저항하던 소말리아 해적 9명이 숨졌으나 미 특수부대 대원들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적 빌레 후세인은 AP통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해적들이 저녁에 마약성분이 있는 나뭇잎을 씹은 후 곤히 잠들어있을 때 요원들이 급습했다”고 전했다.

이틀 전 이 작전을 직접 승인한 오바마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 직후 인질로 잡혀있던 부캐넌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딸이 무사함을 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군 통수권자로서 이번 작전은 더 이상 자랑스러울 수 없다”며 “미국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납치범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서게 하는 데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네타 장관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이번 작전은 인명을 구출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용감한 장병들의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4년차 국정계획을 밝히는 새해 국정연설에 맞춰 네이비실의 작전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재선을 앞둔 오바마가 강력한 반테러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