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 게이트’ 감사 발표] ‘의혹의 핵’ 박영준·조중표 혐의 못밝혀 부실 논란
입력 2012-01-26 21:54
정부 고위 간부가 개입된 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은 공직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됐다. 더욱이 이들은 민간회사의 엉터리 자료를 전혀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정부시책 자료로 활용하는가 하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까지 챙긴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총리실·외교부, 조직적 개입=감사원은 26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서 “총리실과 외교부, 지식경제부 등 3개 부처는 다이아몬드가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상의 ‘6대 전략광물’이 아님에도 민간회사가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따내는 과정에 개입해 지원활동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 개인뿐 아니라 총리실 등이 조직적으로 이 사건에 개입했음을 시사한 셈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모든 의혹을 김 대사가 주도한 것으로 발표했다. 당시 관계부서가 “9년 연속 적자인 CNK에 정부가 지원할 경우 특혜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왜 총리실 등이 이를 무시하고 서둘러 지원활동을 벌였는지를 감사원은 밝혀내지 못했다.
◇외교부 보도자료가 주가조작 근거=김 대사는 2010년 12월 CNK 카메룬 현지법인인 CNK마이닝이 탐사권을 보유한 카메룬 광산에 4억2000만 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돼 있다는 엉터리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보도자료 발표 직후 이 업체 주가는 3000원대에서 3주 만에 1만6100원까지 5배 이상 치솟았다. 지난해 6월 2차 보도자료 배포도 김 대사가 주도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UNDP 조사는 부존 가능성만을 언급했을 뿐 추정매장량의 근거가 아니었으며 충남대 탐사결과도 실체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충남대는 이 회사와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으나 담당교수가 사망한 뒤 연구비 전액을 반납하고 탐사활동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오덕균 CNK 대표는 이 과정에서 신주인수권을 장외매도해 51억여원의 이익을 남겼고 임직원들도 주가급등 시점을 이용해 주식 42만여주를 팔아치워 55억원을 챙겼다. 김 대사 가족과 총리실 자원협력과장, 김 대사 비서, 광물자원공사 직원도 주식을 거래해 상당한 액수의 매매차익을 챙겼다.
◇부실 감사 논란, 게이트로 확산되나=감사원은 의혹의 핵심인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과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에 대해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희상 감사원 공보관은 “두 사람은 민간인이어서 감사원이 직접 징계를 요구할 대상이 아니다”면서 “박 전 차장을 소환해 수 시간 강도 높게 조사했지만 여러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사가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허위라는 걸 알았는데, 그 윗선인 박 전 차장 등이 이를 몰랐을 리 없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들은 모두 총리실 재직 때 자원 외교를 주도했다. 유 공보관은 “김 대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이들의 혐의 정황도 같이 조사하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교부는 감사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김 대사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를 취했고 금명간 중앙인사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또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에너지자원대사직을 폐지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