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살생부’ 존재하나… 수도권·영남권 중심 38명 명단 나돌아 의원들 긴장
입력 2012-01-26 18:54
한나라당이 26일 ‘공천 살생부’ 때문에 온종일 뒤숭숭했다. 당 비상대책위가 경쟁력(50%)과 교체지수(50%)를 토대로 현역 지역구 의원 25%(34명)를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기준을 마련한 가운데 나돈 것이어서 의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회와 당 주변에 나돌고 있는 이 살생부에는 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38명 지역구 의원 명단이 적혀 있다. 지역별로 서울 12명, 경기 9명, 인천 4명, 대구·경북(TK) 5명, 부산·경남(PK) 8명 등이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은 초선이, 경기와 인천은 재선급 이상이 주를 이뤘고 TK와 PK는 중진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계파별로는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골고루 올랐다.
출처가 분명치는 않았지만 대체로 당 안팎에서 지역구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소문난 의원들이 올라 있었다. 살생부를 접한 한 의원은 “명단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깜짝 놀랐고 그럴듯해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도 포함돼 있어 비대위의 공천기준 마련 이후 작성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선거 때가 되면 그런 문건이 돌게 마련”이라며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은 누군가가 그냥 작성해 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뭔가 공작적인 냄새가 난다”고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래도 의원들은 자신의 이름이 포함됐는지 확인하느라 민감하게 움직였다. 한 의원은 “안 그래도 각종 악재로 걱정인데 이런 문건까지 나돌아 답답하다”며 “이런 괴문서가 나오기 전에 하루 빨리 공천심사위를 가동하고 공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