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인권조례 공포… 일선 학교들 ‘난감’
입력 2012-01-26 18:43
서울시교육청이 26일 서울학생인권조례를 공포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곧바로 조례무효 확인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각 학교는 인권조례를 받아들이기도 거부하기도 힘든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대부분 학교들은 개학 이후 시교육청의 지침을 받아 보고 학생, 학부모, 교사의 반응도 살펴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시교육청과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조례 공포를 선언했다. 시교육청은 이미 구성한 인권조례 준비기획팀에서 교육규칙을 제정하고 조례 해설서를 마련하는 한편 매뉴얼을 만들어 다음 달 각 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인권조례에 성적(性的) 지향, 종교교육 금지 등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 담겨 있다”며 “공포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도 있다고 판단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들은 교과부와 시교육청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만큼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 많았다. 강북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생인권을 존중해야 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빠르다”면서 “학교폭력, 왕따 문제 등을 해결한 뒤 학칙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초등학교 교감은 “학교는 교육청에 소속돼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교과부 울타리 안에서 움직인다”며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고교 교감은 “인권조례가 공포될 것을 감안해 그동안 학칙 개정을 미뤘다”며 “인권조례가 도입돼도 교사와 학생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원, 학부모,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인권조례 공포에 대응해 헌법소원을 내기로 하고 서울 및 인권조례가 시행 중인 경기도 등의 학생, 학부모, 교원, 지역주민, 학교법인 등을 대상으로 청구인단 공개모집을 시작했다. 교총은 실질적인 피해사례를 확인한 뒤 3월 초 헌법소원을 낼 방침이다.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은 시교육청 인근에서 ‘유죄 교육감 곽노현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곽 교육감이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는 30일에는 사퇴촉구 기자회견도 열기로 했다.
앞서 12개 학부모·시민단체들이 모인 ‘학부모 교육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인권조례 공포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등 진보단체는 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개최한 간담회에서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학교폭력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