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상온] 美 신국방전략 대비 어떻게 해야 하나
입력 2012-01-26 18:18
미국의 신국방전략에 따른 2013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의 윤곽이 공개됐다. 외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우선 2017년까지 2600억 달러의 지출을 삭감하고 육군병력도 현재 57만명에서 2016년까지 52만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미국이 신국방전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달 초 미국이 신국방전략을 발표했을 때 국내에서는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물론 일각에서는 언제까지 미국의 국방정책이 바뀔 때마다 일희일비해야 하느냐는 자조(自嘲)도 나왔다. 하지만 호전적인 북한과의 무력 대치는 물론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 등으로 인해 대미 군사동맹이 현실적 선택임을 감안하면 미국의 국방정책 변화에 따른 대비는 불가피하다.
美 지상군 대규모 개입 안해
문제는 ‘어떻게’다. 그 답은 당연히 신국방전략의 요체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얻어야 한다. 앞서 미국의 신국방전략을 놓고 이른바 ‘윈-윈 전략’을 포기하는 대신 한 전쟁에 군사력을 집중하고 다른 곳의 도발은 억지, 또는 의도부터 분쇄한다는 ‘원 플러스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윈·윈 전략의 ‘포기’라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
정작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 미 군사력의 최고 핵심지역이 아시아·태평양이라는 것이 그 하나고, 미 지상군이 대규모로 개입하는 전면전 개입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또 하나다.
우선 미국의 전략적 중심이 아·태지역이라는 얘기는 신국방전략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신국방전략은 미군의 주요 임무 중 하나로 ‘접근 및 작전의 자유가 도전받는 지역에서 전력투사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서해에서 미·중 간 해양 패권 다툼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그 와중에 해양안보를 지키기 위해 잠수함대 증강, 기동함대 증설 등 해군력 보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맞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첫 항공모함을 진수시키고 서울과 지척인 칭다오에 항모기지를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도 ‘1000해리 적극적 전수방위전략’을 세우고 해군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판이다. 게다가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이라는 쓴 맛도 이미 봤다. 해군력 강화는 필수다.
상대적 시급한 육군력 강화
그러나 상대적으로 그보다 더 시급한 게 육군 전력 강화다. 주변국들의 위협이 잠재적인 것이라면 북한의 위협은 현재(顯在)적이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적’인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고, 유사시 싸워 이기려면 미국의 신국방전략에 따라 한국 방위의 주력이 될 수밖에 없는 육군의 전력 강화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은 원래 2015년 전작권 반환과 함께 한반도 유사시 지상전은 한국군이 맡고 미군은 해·공군을 중심으로 지원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미 지상군의 대규모 개입 가능성이 대폭 줄어든 신국방전략에 따라 그 같은 구상의 현실화가 더욱 앞당겨지게 됐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해도 육군이 처한 현실은 아직 열악하다. K-2 전차, K-9 자주포 등 이른바 ‘명품’ 무기는 이제 도입단계일 뿐 무기체계 대부분이 낡고 노후화돼 있는가 하면 특히 최전단(最前端) 전투부대인 보병대대의 전투능력은 초라할 정도다. 육군에 따르면 북한 육군 대비 전력지수가 70%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3군의 균형 있는 발전도 중요하다. 특히 해군력 증강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그것은 중장기적 목표다. 단기적으로 시급한 것은 북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육군의 전력 증강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한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