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대란 속 교회 학사관 '믿음의 보금자리'…도시 유학생들에게 인기
입력 2012-01-26 16:41
[미션라이프] 새 학기를 맞아 전·월세 보증금 부담이 커지면서 대학(원)생들의 주거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의 주거문제는 학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청년실업과 가정경제의 부실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적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교회와 기독 단체들이 운영하는 학사관이 학생들의 짐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교회 학사관은 주거비가 적게 들어갈 뿐 아니라 신앙지도와 장학금도 받을 수 있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군 제대 후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정성훈(27·중앙대 아동복지학 4년)씨는 서울 서교동 서원교회(김경원 목사)가 운영하는 학사관에 거처를 마련했다. 서현교회 학사관은 미자립교회와 농어촌교회 교역자 자녀, 선교사 자녀로 수도권 소재 대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교단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서류와 면접을 통해 53명을 선발하는데 가스비 전기세 외에는 모두 무료다. 내달 9일까지 12명을 추가로 모집한다.
이 학사관은 학생들의 교회 출석을 원칙으로 하고 매주 수요일 오전 6시30분 학사 경건회를 열어 신앙생활을 지도한다. 남녀 모두 2인 1실로 운영되고 있으며, 밤 12시 이전에 반드시 귀가해야 한다. 서현교회는 “2005년 2월 설립 이후 거쳐 간 학생은 모두 150여명으로 목회자와 공무원 등 사회의 든든한 일꾼이 많이 배출됐다”고 밝혔다.
서울 마천동교회 설봉식 목사는 지난 해 교회신축과 함께 강동성결학사를 개관했다. 설 목사는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지어진 교회 가운데 지상 3∼5층을 학사관을 위해 내놓았다. 3∼4층은 기숙사와 휴게실 파우더룸 샤워실로, 5층은 식당과 독서실로 꾸몄다. 층별로 전도사 사감을 둬 학생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있다. 26개실, 104명의 입소가 가능하다. 세례교인 학생으로 담임목사의 추천을 받으면 누구나 입소할 수 있다.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가 운영하는 장학관은 규모면에서 최대다. 교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천호동에 소재한 장학관에는 110명이 한솥밥을 먹으며 공부하고 있다. 28개의 방에 입주한 대학생은 저마다 신앙으로 무장한 사회 지도자가 되겠다는 꿈과 비전을 갖고 있다. 명성교회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전주 순천 등 6곳에 장학관을 두고 모두 250여명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감리교본부에서 운영하는 서울 북아현동 인우학사는 1954년 세워져 전통을 자랑한다. 서울 소재 학교를 다니는 지방 출신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며 154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감리교본부는 여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명덕학사도 운영하고 있다. 성균관대 인근 서울중앙교회도 농어촌교회 교역자나 선교사 자녀를 대상으로 20년 넘게 학사관을 운영해오고 있다. 서울 마천동 창조교회 학사관은 매달 마지막 주 헌신예배 헌금은 장학금으로 제공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도 많은 교회 학사관이 있다. 대전 도마2동 서대전중앙교회는 농어촌교회 및 미자립교회 교역자 자녀를 위한 무료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남학생 5명과 여학생 6명을 모집하고 있다.
2010년 설립된 광명광천교회 학사관에는 현재 10여명의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 결원이 생기면 수시로 충원하고 있다. 이 교회 신동섭 목사는 “지방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는데 학생들이 교회에서 열심히 생활해 또 다른 기쁨”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규모는 작지만 교회가 연립 주택이나 아파트를 구입, 농어촌 목회자나 성도 자녀의 숙소로 제공하는 교회가 적지 않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