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5060 여성들] 일용직·알바… ‘50대 엄마’ 취업 200만 돌파

입력 2012-01-25 18:59

50∼60대 여성들이 괴롭다. 50대 여성은 직장에서 쫓겨난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세대 남편을 대신해 돈벌이에 나서야 하고, 60대 여성은 맞벌이 자녀가 맡긴 손자·손녀 돌보기에 등골이 휜다. 젊은 시절 갖은 고생으로 성한 곳이 없는 몸이 됐건만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행복한 노년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이들의 고생은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희생이기 때문이다.

이정희(52)씨는 전업주부도 직장여성도 아니다. 그녀는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나간다. 두 아들의 등록금 마련과 빠듯한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중견기업 간부인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부족해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한다. 이씨는 “큰 돈은 아니지만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5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취업자는 1009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17만7000명(1.8%) 늘었다. 이 중 50대는 전년에 비해 13만명(6.8%) 늘어난 205만명이다. 50대 여성취업자가 200만명을 넘기는 처음이다.

반면 20대 여성취업자는 전년보다 3만명(1.4%) 줄어든 192만명에 그쳤다. 50대와 20대 여성취업자 역전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196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이다.

그러나 고용의 질은 형편없다. 대다수가 일용직이거나 시간제 근로자다. 임금은 시간당 5000원 안팎에 불과하다. 여성 취업자 1000만명 시대의 우울한 현실이다.

김미옥(54·여)씨도 얼마 전부터 돈벌이에 나섰다. 빌딩 청소일이다. 지난해 명예퇴직을 한 남편을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아들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실업자 신세이고, 아직 대학 3학년과 고교 3학년인 두 딸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직장인으로서 1인3역의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50대 여성의 경우 대다수가 생계형 취업이다.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남편을 대신해 적은 보수지만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부 김경옥(50)씨는 “노후준비는커녕 당장 먹고 살기 바쁜데 우리 나이에 변변한 직장을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꺼리는 청소나 설거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박현동 기자 hd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