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할부금융 대출 40조 육박… ‘대란’ 경고음 커진다

입력 2012-01-25 21:44


신용카드 사용액과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과 대출잔액은 ‘카드대란’ 시기 이후 최대 규모로 늘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확산 등을 우려해 각종 억제책을 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경기침체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서민들이 당장 쓰기 편한 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2의 카드대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신용카드 사용액 540조원, 카드대란 이후 최대=25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11년 전체 카드사용액(현금서비스 등 포함)은 5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카드대란 직전인 2002년말 619조1580억원 이후 최대규모다. 한국은행이 통계를 확정한 2011년 1∼11월 카드사용액은 492조990억원이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통상 연말에는 선물수요 등까지 겹쳐 전월보다 사용액이 4조∼5조원 늘어난다”며 “12월 사용액이 최대 5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연도별 카드사용액은 카드대란을 거치면서 금융당국의 강력한 억제로 2004년 352조5060억원으로 줄어들었다가 이후 꾸준히 늘어 2010년에는 493조7360억원으로 500조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해에는 금융감독당국이 강력한 카드억제책을 구사했는데도 전년에 비해 무려 50조원 가까이 사용액이 늘었다. 작년 월별 사용액은 1월 44조3480억원에서 5월 47조2260억원까지 많아졌다가 6월에는 44조3830억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당국이 카드억제책을 더욱 강하게 시행한 작년 8월 이후에도 월별 사용액은 45조∼46조원대로 오히려 많아졌다. 은행들이 가계부채를 줄이려고 대출을 억제하면서 신용카드업이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도 있다.

◇신용카드 대출 급증이 시한폭탄=가장 큰 문제는 2003년 카드대란의 기폭제가 됐던 신용카드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11년 3분기 말 여신전문기관(신용카드사+할부금융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38조2000억원이다. 카드대란 직후인 2003년 3분기 39조4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4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2011년 들어 여신전문기관의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분기 13.9%, 2분기 14.3%, 3분기 10.0% 늘어나 2010년 1분기 이후 두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같은 기간 6%가량임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카드대출 연체율은 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해졌다. 지난해 1∼10월 중 연체율은 평균 1.8%로,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0.7%)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더 큰 문제는 신용카드사나 할부금융사 대출 이용자가 대부분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워 고금리를 주고라도 돈을 빌리려는 저신용 서민이라는 사실이다.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부채를 가진 가구 중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는 평균 122만원의 신용카드 관련 대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절반 수준인 55만원이었다. 은행보다 금리가 훨씬 높은 신용카드대출 증가가 서민 가계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드대출의 급증세는 900조원이 넘는 전체 가계부채의 취약성으로 이어져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오종석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