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국정연설] 민주당 의원들 70여차례 기립박수… 공화당 의원들은 시큰둥

입력 2012-01-25 18:59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 시간은 약 1시간5분. 연설 말미를 장식한 것은 지난해 5월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깃발이었다.

오바마는 작전에 참가한 네이비실 팀원들의 이름이 적힌 깃발을 “가장 자랑스러운 소유물의 하나”라고 불렀다. 오바마는 “팀원 중 어떤 이는 민주당원, 다른 이는 공화당원일 수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임무였다”며 “그 깃발을 볼 때마다 나는 우리 운명이 얽혀 있다는 것, 이 나라는 누구도 혼자서 세우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한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주요 국정의제에 발목을 잡아 온 공화당의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연설의 주된 기조는 11월 대선을 겨냥해 공화당과의 정책 차별성에 역점을 뒀다는 평이다.

하원 본회의장 분위기도 민주당 의원들이 쉴 새 없이 좌석에서 일어나 70여 차례 박수갈채를 보낸 반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국정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최근 의원직을 사퇴키로 한 가브리엘 기퍼즈(민주) 하원의원이다.

지난해 초 총격 사건으로 중상을 입고 재활치료 중인 기퍼즈 의원은 이날 주홍색 투피스 차림으로 제프 플레이크(공화), 라울 그리발바(민주) 의원 등의 손을 잡고 의사당에 입장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으며, 오바마 대통령과 포옹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연출했다.

대통령 부인이 초청한 방청객 중에는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여비서 데비 보사네크가 눈길을 끌었다. 버핏 비서의 등장은 부자증세에 방점이 찍힌 오바마의 연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치밀한 연출이었다.

50대 중반으로 20년 동안 버핏의 비서로 일해 온 보사네크는 지난해 9월 오바마 대통령이 일자리 입법안을 제안하면서 “버핏의 비서에게 주인보다 더 많은 소득세율이 적용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부자 증세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또 방청석에는 애플 창업주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런 파월 잡스,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의 창업주 마이크 크리거가 포함됐다. 이들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하이테크 분야의 투자확대를 강조하기 위한 초청으로 보인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