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상 파괴 동영상, 도를 넘었다

입력 2012-01-25 22:10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한 동상을 망치로 때려 부수는 인터넷 동영상이 나도는 것은 그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의 증표로 보인다. 그렇지만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현직 대통령의 동상을 부수는 행위는 치기어린 범죄 행위에 가깝다. 대통령 통치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국가수반이기도 한 그의 동상을 사정없이 대하는 것은 정치적 선동이며 자기 학대다.

조각가라고 신분을 밝힌 동영상의 주인공은 동상을 옆에 둔 채 현 정권에서 경제성장률이 저하되고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횡행한다고 비판한 뒤 종이뭉치로 동상의 머리를 툭툭 치며 대통령을 조롱한다. 앞서 자신이 단돈 100만원에 만들어줬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 흉상을 잠시 보여준다. 그가 입은 작업복 등에는 이 대통령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한 죄로 수감 중인 전직 의원의 수인번호가 씌어 있다.

누가 보더라도 이 대통령을 조롱하는 수준을 넘어 야권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 명백한 정치적 퍼포먼스다. 문제는 메시지의 전달 방법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며 일방적일 뿐만 아니라 치졸함과 저급함으로 역겨움마저 느끼게 만든다는 점이다. 경기침체와 친인척 비리에 이 대통령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물의 체화인 동상이 박살날 정도의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인터넷 동영상은 제어장치가 없어 순식간에 무차별적으로 퍼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직정치적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는 청소년층이 접했을 경우 그 폐해가 적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제대로 된 정치관이 형성되기도 전에 왜곡되고 뒤틀린 꼼수만 가르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민주사회에서 정치인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돼야 한다. 그렇지만 현직 대통령의 동상을 무지막지하게 파괴하는 장면을 버젓이 동영상으로 만들어 퍼뜨리는 행위는 아무리 봐도 도가 지나치다. 이런 방식으로는 공감을 얻기도 힘들며 오히려 자신의 저급한 수준만 드러내고 마는 꼴이 될 것이다. 하루 속히 동영상을 내리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