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국정연설] 북핵 언급 안 한 이유는… 北 지도부 행동 지켜보겠다?
입력 2012-01-25 22:1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상·하 양원 합동연설(국정연설)에서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취임 이후 두 차례 국정연설에서 “북한은 강력한 제재를 당하고 있다”(2010년)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해야 할 것”(2011년)이라고 연이어 강조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핵문제를 거론하면서 북핵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우선 이란 문제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에서 북한은 이란에 비해 우선순위가 떨어진다. 이란 핵무기는 이스라엘과 직접 관계가 있으며, 현재 백악관이나 민주당, 공화당의 최우선 외교안보 현안이다. 선거의 해에 유대인의 힘을 의식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그만큼 이란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북한 새 지도부의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도 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북한 문제의 시의성을 고려했다”고 분석했다. 북한 체제의 ‘안정적 전환’을 바라는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의지를 일단 내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핵 문제를 이란 핵문제와 동급으로 취급하지 않은 것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이는 그동안 계속됐던 대화의 틀이 이어지길 바란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의 해임을 감안, 미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인 경제 문제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경제의 공정성과 세금 문제를 거론하면서 ‘1%가 아닌 모두가 균등하게 혜택을 받는 경제’를 강조했다.
그는 “부자들의 세제 혜택이 유지되길 바라느냐, 아니면 교육 의료연구 강력한 군대 건설 등에 투자가 되길 바라느냐”고 국민들에게 노골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모두가 공정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세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0만 달러 이상 소득 가구에 최소 30% 이상 세율’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함으로써 또다시 부자증세를 끄집어냈다. 이는 10개월 남은 선거 때까지 사실상 ‘1% 대(對) 99%’구도의 전략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발표된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인 밋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의 소득세율(2010년)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9%였다. 자연스레 오바마의 세율인상 방침이 롬니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국정연설은 공정과 평등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면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고 중산층이 재건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대(對)국민 메시지이자 사실상 선거 구호인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밖에도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기 위한 무역단속 부서(Trade Enforcement Unit)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또 공화당 반대로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이민정책의 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보수와 진보가 충돌하고, 미국민 사이에서도 논란을 빚고 있는 건강보험개혁법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해 “상당히 분열적”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