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대기업 옥죄기] ‘대기업 근로시간 단축’… “소득 줄텐데” “기업 현실 외면” 勞·使 우려
입력 2012-01-25 22:16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는 과거 개발연대에 만연했던 ‘저임금-장시간 근로’의 낡은 유제(遺制)다. 임금 수준은 상대적으로 그때보다 높아진 까닭에 ‘장시간 근로’만 남은 것이다. 이후 법적 규제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에서는 장시간 근로 관행이 깊게 뿌리내려 있다.
현행 법정 근로기준시간은 2004년 7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근로기준법 변경안(49조)에 근거한다. 18세 이상 근로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다만 노사가 합의한 경우에는 1주일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52조 1항).
문제는 토·일 등 법정 휴일 근무가 연장근무의 범주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연장근무에 대한 정확한 제한이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응이 소홀한 탓이다. 심한 경우는 1주 당 최고 68시간 근무(‘법정근무 40시간+연장근무 12시간+토·일 16시간’)도 가능하다. 더구나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연장·휴일근무 등 초과근무시간이 8시간 넘으면 휴가가 하루 늘어나도록 하는 ‘근로시간저축휴가제’를 도입했다. 이는 정부 스스로가 휴일근무를 연장근무 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대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서라도 장시간 근로관행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랜 관행에 젖어온 노·사 모두는 썩 내키지 않은 반응이다. 우선 대기업들은 근로시간을 점차 줄여가야 한다는 점은 수긍하면서도 이를 시행하기 전에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고 근로자들이 삶과 일의 균형을 도모하도록 하는 등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휴일근무를 연장근무한도 12시간에 포함시켜 근로시간을 제한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기업 현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5일 ‘휴일특근 불인정에 대한 경영계 입장’이란 성명서를 내고 “근로시간 정책은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아닌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가 법 개정 등 인위적 조치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강제하는 것은 노동시장에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 역시 당장 초과근무시간이 줄어 근로소득이 줄어들까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관련 성명에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것은 장시간노동으로 삶의 질을 송두리째 저당 잡힌 한국의 노동자들에게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사안”이라고 하면서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및 근로조건 저하에 대한 별도의 대책마련 역시 강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명한 것은 장시간 근로가 기존 근로자들과 사측 등 이른바 기업 내부자끼리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외부 근로자의 추가 고용을 막고 내부적 혁신·집중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자리 나누기(워크 셰어링), 여성의 경제참여, 유연노동 등을 방해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도 역행한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