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5060 여성들] 손자·손녀 돌보기… ‘60대 할머니’ 등골 휜다

입력 2012-01-25 18:59

50∼60대 여성들이 괴롭다. 50대 여성은 직장에서 쫓겨난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세대 남편을 대신해 돈벌이에 나서야 하고, 60대 여성은 맞벌이 자녀가 맡긴 손자·손녀 돌보기에 등골이 휜다. 젊은 시절 갖은 고생으로 성한 곳이 없는 몸이 됐건만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행복한 노년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이들의 고생은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희생이기 때문이다.

나름의 여유를 즐겨야 할 40∼7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맞벌이 자녀의 손자손녀를 힘겹게 돌보면서도 갈등을 빚기 일쑤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 따르면 경기도 내 맞벌이 가정의 손자녀를 양육하는 조부모 3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황혼육아 실태조사’에서 이들은 친손 216명(55.4%), 외손 174명(44.6%)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부모의 연령은 60대 193명, 50대 78명, 70대 24명, 40대 후반 5명이었다.

이들이 돌보는 손자녀는 만 1세 33.1%, 만 2세 26.7%, 만 1세 미만 23.1%, 만 3세 이상 17.2%였다. 양육기간은 1년 미만이 41.4%로 가장 많았고, 1∼2년 미만 31.3%, 2∼3년 17%, 3년 이상 10.6%였다.

이들의 주당 양육일수는 5일을 돌보는 경우가 50.9%로 절반을 넘었고, 6일이 29.7%였다. 특히 72명은 할머니 혼자서 일주일 내내 아이를 돌봤다.

하루 중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9∼11시간이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고, 5시간 이하는 10.6%였다. 10명당 8명 이상(89.4%)이 하루 6시간 이상 손자녀를 돌보고 있었다.

손자녀를 돌보는 이유는 ‘자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25.5%), ‘남에게 맡기는 게 불안해서’(19%)라고 답했다. 용돈 대가로 아이를 보는 경우는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양육방식(39.7%)과 양육시간(32.2%) 문제로 딸이나 며느리와 갈등을 빚는 것으로 파악됐다.

백선정 연구위원은 “할머니들이 손자녀를 돌보느라 고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사회적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