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대기업 옥죄기] 대기업 순대·빵집 없어질까… 정치권 전방위 압박에 철수 검토
입력 2012-01-25 18:46
정치권이 강도 높은 재벌개혁 정책을 예고한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기업들을 전방위로 압박함에 따라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리스크가 큰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보다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폐지 등 규제완화를 틈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손쉬운 돈벌이 사업에 치중해왔다.
서민업종에 진출해 도마에 오른 대기업들은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 분위기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 구자학 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아워홈은 자사가 판매하는 순대와 청국장이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판정됨에 따라 소매사업에서 철수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25일 “순대 매출은 전체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데 서민업종을 침해하는 것처럼 비쳐져 곤혹스럽다”며 “순대의 경우 확장을 자제하도록 결론이 났고 세부적인 방안을 동반성장위와 논의 중이다. 동반성장위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가 딸들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등은 정치권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당분간 추가 점포 확장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 빵집’이 동네 빵집을 몰아낸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정치권 등에서 철수를 압박할 경우 버티기로 일관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들의 고민이다.
앞서 지난해 삼성 등 일부 대기업들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정부 압박이 심해지자 소모성자재구매대행사업(MRO)에서 철수했다. 또 최근에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시스템통합(SI)·광고·건설·물류 분야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자제하고 비계열 독립 기업에 사업기회를 개방하기로 했다.
한편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세를 불려가면서 전통시장이 7년 새 178곳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은 2003년 1695곳에서 2010년 1517곳으로 7년 새 178곳이 없어졌다. 이에 따라 시장 내 점포는 23만∼24만개 수준에서 2010년 20만1358개로 줄었다.
반면 SSM은 2003년 234개에서 2010년 928개로 약 4배로 늘어났다. 대형마트 사업체 수는 2003년 265개에서 2009년 442개로 증가했고 2010년에는 450개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은 이미 2007년 전통시장을 앞질렀고 백화점도 2010년 전통시장을 추월했다.
SSM에 자리를 뺏긴 영세 슈퍼마켓의 점포 수도 매년 급감하는 추세다. 매장 면적 150㎡ 이하 기준 점포의 경우 2006년 9만6000개에서 2007년 9만1000개, 2008년 8만7000개, 2009년 8만3000개로 매년 4000∼5000개씩 감소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