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권태일 (17) “예수 사랑나눔을 닮자” 흉내쟁이 별명 얻어

입력 2012-01-25 17:25


‘함께하는 사랑밭’은 초창기부터 하나님께서 함께하셨다. 기대 이상으로 할 일이 많아지면서 규모가 일취월장 커졌다. 이에 따라 내 힘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 진정으로 사심 없이 함께할 분을 찾게 되었다.

그동안 고통당하는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가까이에서 힘을 주신 분들이 계셨다. 바로 그 분들이 지금의 사랑밭을 일구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사장을 역임하신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님과 김용준 전 대법관님, 수원시기독교협회장 이재창 목사님, 성막을 가장 사실적으로 건축하신 김한배 광은교회 목사님 등이다. 언제나 주님이 원하시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 하시는 예수마을교회 장학일 목사님,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무 우순태 목사님도 큰 힘이 되어주셨다. 중국 연변과학기술대에서 15년간 헌신하신 김기일 교수님은 지금 함께하는 사랑밭의 회장을 맡아 든든한 동역자로 나서주셨다. 이렇게 힘이 되어 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에 참으로 하나님께 감사하다. 그리고 백만원군을 거느린 것보다 든든하다.

특히 10년 넘게 한결같이 힘이 되어주신 인천 대은교회 담임목사 전명구 감독님에게는 각별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 감독을 지낸 그 분은 세계 제일의 복지시설을 지향하는 사회복지법인네트워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을 때 선뜻 이사장님이 되어주셨다.

며칠 전, 무척 추운날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사람이 살면서 재물을 얻는 것보다 가까운 친구를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내 주위에 이렇게 믿음의 동역자들이 많다고 생각하니 그저 감격일 뿐이다.

언젠가부터 서예를 좋아하게 된 나는 ‘해처럼 살자’와 ‘나는 주의 일을 하다 죽고 싶다’는 붓글씨를 써서 수천 명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처럼 나는 하나님 일이 왜 이리 좋은지 단 일초도 헛되이 살고 싶지 않다. 어릴 때 나는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을 닮고 싶었다. 근래엔 스티브 잡스의 ‘모방쟁이 흉내쟁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일구신 조용기 목사님 흉내를 낸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흉내만 내는 줄 알지, 내 나름대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것은 잘 모른다. 존경하는 이를 닮아가려고 숱한 밤을 새우며 가슴을 치고 눈물로 울부짖었다. 내 몸의 진액을 다 뽑아내며 몸부림치며 살았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자 하는 자에게 하나님의 눈길이 머무시고 열심을 내는 자에게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을 주신다는 사실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나는 체면보다는 고생하기를 좋아했고, 행동하는 믿음으로 하나님께서 역사하기를 애썼다. 그리고 명예나 이익보다 작지만 내실있는 사역이 되기를 힘써왔다. 그리고 뜻을 이룬 후에 평상심을 잃고 기우뚱거리는 이들을 수없이 보며 교훈으로 삼아왔다.

무엇보다 같이 생활하는 무의탁 어르신, 장애인, 보육원 아이들을 보고 낮추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왔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저들이기에 내가 저들을 돌보아야 했다. 저들을 생각하면 내가 저절로 낮아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저들과 함께하려면 저들과 같은 눈높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곤고해질 때 저들의 겉모습을 보지 않고 저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저들은 추위를 피해 잠 잘 곳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고,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저들은 아빠 엄마를 수천 번 불렀지만 끝내 외면당했으며,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저들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부축해줄 이를 찾지 못했다. 나는 저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을 생각하면 사명감이 불 일 듯 일어난다. 이 마음을 하나님께서 주셨다 생각하니 너무나 감사하다.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