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본능’… 30대 그룹, 3년새 211개社 사들여

입력 2012-01-24 18:49

30대 그룹이 최근 3년 동안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200개가 넘는 회사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재벌닷컴이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상위 30대 그룹(공기업 제외)의 계열사 변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30대 그룹이 2009년부터 2011년 말까지 3년 동안 신규 편입한 계열사 442개 중 47.7%인 211개가 M&A를 통해서였다.

연도별로는 2009년 40개, 2010년 77개에 이어 지난해 94개로 급증했다.

이들 M&A 기업은 대기업이 회사를 통째로 사들였거나 지분 취득을 통해 대주주에 오르면서 경영권을 장악한 경우다.

30대 그룹이 새로 편입한 계열사 중 M&A를 통한 비중은 CJ가 76.9%로 가장 높았다. 이어 LS(76.2%), 현대백화점(75.0%), 신세계(66.7%), GS(61.5%), 롯데(60.0%) 등 순이었다. 삼성(51.9%), 현대차(56.0%), LG(52.4%), 현대중공업(54.5%), 효성(55.6%) 등도 50%를 넘었다. 기업을 새로 설립하기보다 다른 업체를 사들인 경우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대기업들은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CJ그룹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4대 사업군(식품·식품서비스,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신유통)에 적합한 회사들에 한정해 M&A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39개 업체를 계열사로 추가한 것은 맞지만 온미디어와의 M&A로 인해 온미디어 소속 11개 법인이 함께 계열사로 추가됐다는 게 CJ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기업 설립에 따른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기 위해 어렵게 성장한 기술력이 뛰어난 우량 중소기업을 막대한 자본력으로 인수하거나 심지어 주력산업이 아닌 업종까지 집어삼키면서 중소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들어 대기업들의 인수 대상이 부동산 임대, 유통업 등 큰 투자를 하지 않고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업종에 치우치는 경향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2009년 1월 축산업 등을 영위하는 서림개발을 인수했다. 효성은 2010년 6월 부동산 임대업체인 오양공예물산을, SK는 같은 달 수면용품 제조업체인 한국수면네트워크를 각각 계열사로 편입했다. CJ는 지난해 3월 주거용 부동산 관리업체 명성기업을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M&A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들이 이미 터를 닦아놓은 사업영역에 대기업들이 손쉽게 돈 벌기 위해 진출하거나 기술력이 뛰어난 우수 중소기업들을 돈으로 싹쓸이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