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레이스 깅리치 ‘돌풍’… 사우스캐롤라이나 40% ‘1위’

입력 2012-01-24 18:45

미국 공화당 대선 레이스에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돌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주춤했으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보수층 지지를 기반으로 1위를 차지하더니 열세였던 플로리다마저 집어삼킬 기세다.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40.4%를 차지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27.9%)를 가볍게 눌렀다.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은 17%, 론 폴 하원의원은 13%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 언론도 예상치 못했던 압도적 승리다.

깅리치 측은 고무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남부의 첫 경선이다. 남부는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이다. 그래서 보수의 본류를 차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1980년 이후 공화당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를 거머쥔 사람들은 예외 없이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차지했었다.

경선 뒤 미 언론들은 오는 31일 열리는 플로리다 프라이머리의 경우 롬니가 그동안 모아놓은 선거자금을 광고에 쏟아부어 깅리치는 이곳에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깅리치는 23일 라스무센이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1%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롬니 전 주지사는 32%에 그쳤다. 이런 결과는 불과 2주일 전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롬니에 무려 22% 포인트나 뒤졌던 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라고 라스무센은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깅리치와 정통보수 후보 자리를 다투는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의 지지율은 11%에 그쳤고, 론 폴 하원의원의 지지율은 8%였다.

플로리다 프라이머리의 결과는 공화당 경선의 초반 승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경 보수 또는 정통 보수로 일컬어지는 핵심 세력들은 정체성이 의심되는 롬니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 핵심 보수층의 지지는 롬니, 깅리치, 샌토럼 3명으로 갈라져 있다. 첫 남부 경선에서부터 반(反)롬니 전선이 구체화되려는 조짐이 있었다. 이번에 그 흐름이 깅리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달 중순 기독교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논란 끝에 샌토럼 지지를 선언했지만, 그 주장은 그다지 먹혀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샌토럼이 경선을 포기, 깅리치 쪽으로 반 롬니 전선을 단일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가속도가 붙을 경우 공화당 경선은 2월에 들어서면서 롬니 대(對) 깅리치의 양강 구도로 흐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롬니 대세론이 계속 이어질 것이냐, 아니면 양강 구도로 재편될 것이냐는 플로리다 프라이머리와 네바다 및 메인 코커스(2월 4일)에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깅리치는 이혼 경력과 하원의장 재직 시절 공금 유용 등 도덕·윤리적 문제가, 롬니는 자신의 세금 문제와 종교적 문제 등이 각각 최대 약점이다. 이 약점을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가 두 사람의 최대 관건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