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반전 앞둔 무역수지·고유가… 2012년초 한국 경제 암운

입력 2012-01-24 18:46


유럽연합(EU) 재정위기와 미국·이란 간 갈등고조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1월 무역수지가 2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고유가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가까스로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연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2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3일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972.81원으로 지난 5일 1933.30원 이후 18일째 오르며 40원 가까이 상승했다. 차량용 경유 판매가격도 ℓ당 1820.23원으로 6일(1787.04원)부터 꾸준히 오름세다.

이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국내 석유제품 판매가격도 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유가는 우리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면서 무역수지 악화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수입액은 1006억8800만 달러를 기록해 금액기준으로 2010년(686억8400만 달러) 보다 46.6% 급증했다. 물량으로는 9억2640만 배럴로 전년에 비해 6.2% 느는 데 그쳤으나 도입단가가 크게 높아진 탓이다. 지난해 평균 원유수입단가는 108.7달러로 전년대비 30달러(38%) 급등했다. 지난해 원유수입액은 전체 수입액(5245억 달러)의 19.2%를 차지한다.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가 350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수출로 벌어들인 돈과 거의 맞먹는 액수를 오른 기름값을 대는 데 쓴 셈이다.

게다가 EU 재정위기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1월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18일 “조선 수주 감소 등 수출은 줄고 원유값 상승으로 수입금액이 늘면서 1월 무역수지가 흑자를 달성하기 매우 어렵다”면서 “적자가 현실화하면 2010년 1월 8억100만 달러 적자 이후 23개월 만에 적자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EU 재정위기는 우리의 주력 수출업종인 조선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선박을 발주해놓고 건조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유럽선사들이 잇따라 선박 인도연기나 수주취소 요청을 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2008년 이후 수주한 초대형 유조선과 벌크선 등 모두 7척(9030억원)에 대한 선박 인도 연기 요청을 받았다. 컨테이너선 4척(7000억원)은 선종 변경을 이유로 인도를 연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9일 “초대형 유조선 2척, 벌크선 2척, 총 5893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대우조선은 선박 10여척에 대한 인도 연기도 요청받았다. 이는 전 세계 선박금융의 70%를 차지하는 유럽 금융회사가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유럽선사들까지 돈줄이 끊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EU 재정위기는 올해부터 미국과 중국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우리 경제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