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0% “아동 강간, 살인죄 이상 엄벌”… 1월 30일 예정 양형 설정에 반영키로
입력 2012-01-24 21:39
#사례1. 피고인은 미성년자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초등학교 주위를 배회하던 중 피해자(12·여)를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했고, 같은 수법으로 다른 피해자(10·여)를 유인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사례2. 피고인은 친구인 피해자와 술을 마시던 중 친구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홧김에 흉기로 피해자를 3차례 찔러 살해했다.
두 가지 사례를 비교한 일반 국민 10명 중 6명은 아동 대상 성범죄를 살인죄 이상으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4일∼12월 9일 일반 국민 1000명과 판사, 검사, 변호사, 형법학 교수 등 전문가 900명을 대상으로 양형기준 및 양형정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권고형량범위가 9∼13년으로 동일하게 설정된 ‘13세 미만 아동 대상 강간범죄’와 ‘보통 동기에 의한 살인범죄’ 중 어느 것이 더 중하게 처벌돼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일반 국민의 26.1%가 ‘아동 대상 강간이 더 높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똑같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응답도 38%에 달해 일반 국민 전체 응답자의 60% 이상이 아동 대상 강간을 살인에 준하거나 더 심각한 중죄로 인식했다. 이에 반해 전문가 집단은 ‘살인이 더 높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61.1%에 달해 일반인과 상당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양형위원회는 이에 대해 최근 ‘도가니 사건’ 등을 통해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의 경우 살인범죄 못지않게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설 ‘도가니’를 집필한 공지영씨도 양형위가 지난해 11월 29일 주최한 공개토론회에서 “성범죄가 어린 아이들에게 주는 악영향은 살인보다 더한 것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에서 평소 안면이 있는 성인 간 강간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양형을 묻는 질문에 일반 국민은 절반 이상(58.2%)이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답했으나, 전문가들은 집행유예를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81.1%로 압도적이었다.
또 의붓아버지의 딸 성폭행과 같은 친족관계 강간에 대해 일반 국민은 74.7%가 징역 5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전문가들은 76%가 징역 5년 이하의 실형 또는 집행유예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양형위 관계자는 “설문조사에 나타난 국민 의견과 정서를 오는 30일 최종 의결할 예정인 성범죄 수정 양형기준 설정에 적절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