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양당 행보 보고 굳이 정치할 필요 있을까 생각”… 안철수, 정치참여 숨고르기?

입력 2012-01-24 18:35


안철수(얼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참여 가능성을 비교적 강한 어조로 부인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이기는 유일한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다.

안 원장은 지난 21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미국에서 보니 민주(통합)당도 전당대회를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많다”며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정치 참여) 고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양당이) 소임을 다하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혜성처럼 등장해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든 안 원장이 이처럼 ‘직접적’으로 정치참여를 부인한 것은 처음이다.

일단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여야 기성 정당의 쇄신 동력으로 작용했던 그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지난 8일 출장길에 올라 귀국 때까지 차분하게 주변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는 얘기다.

안 원장은 미국에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과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세계의 IT 현황 및 본인이 설립할 기부재단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이 국내 정치에 엉키지 않고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학교 강의와 기부재단 설립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24일 “안 원장은 재단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된 이후에야 향후 행보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에 없는 사이 거대 정당들이 속속 전열을 갖추고 4월 총선 채비를 서두른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위원장이 연일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민주당에서도 새 지도부가 출범한 뒤 ‘안철수 구애 목소리’가 잦아든 게 사실이다. 숨을 고르며 때를 엿볼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원장이 정치와 ‘절연’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당장 총선 정국에서 움직일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대선 가도에서 구원투수 콘셉트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 원장 스스로도 “올해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올 것 같은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주어지는 것이지, 제가 시기를 정하거나 택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여운’을 남겼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