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는 무릎꿇는 것… 그분께 항복하는 것” 선한목자교회 김영범 목사에게 듣는 ‘목회’

입력 2012-01-24 17:47


“목회는 교인들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그냥 사는 것 이지요. 교인들을 위해서 살고, 죽는 것입니다. 함께 거하며 그들이 살아계신 하나님을 대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목회자가 조금이라도 사심을 품으면 먼저 자기 자신이 못 견디고 교인들도 금방 그 마음을 알게 됩니다. 결국 내려놓아야지요. 내려놓음에 목회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서울 내발산동의 선한목자교회 담임 김영범(54) 목사는 늘 ‘목회’가 ‘먹회’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한다고 한다. 예장 합동 소속인 그는 수많은 선배 목회자들을 보니 선한 의도, 불붙는 구령의 열정으로 시작한 ‘목회’(牧會)가 돈과 명예, 탐욕으로 인해 ‘먹회’로 끝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저의 목회 롤 모델이요? 그야 멋지게 은퇴한 분이지요. 목회자의 마지막을 보면 그가 어떤 목회를 했는지 알 수 있어요. 교회가 크건, 작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목회자란 그야말로 ‘두려운 영광’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목회자의 자녀로 태어난 그는 총신대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국내 한 대형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다 2002년 서울 방화동에 화평교회를 개척했다. 지난해 12월19일에는 내발산동에 교회를 짓고 선한목자교회란 이름으로 제 2의 개척을 했다. 본당 규모 200석의 아담한 교회다.

“사실 서울 시내에서 교회당을 짓는다는 것은 엄청난 낭비 같은 생각도 듭니다. 교회 짓는 대신 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했었다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합니다. 버젓한 교회 건물 없이도 선교 잘 하는 교회도 많이 있잖습니까? 아무튼 무조건 주님이 원하는 일을 하려 합니다. 주님 원하신다면 이 교회 건물도 팔 수 있습니다. 교회당을 정리하더라도 성도들이 모이는 교회가 되어야 좋은 교회지요.”

김 목사는 일주일에 반드시 3,4권의 책을 읽는다. 주일 설교는 토씨까지 기록하는 원고 설교 형태를 고수하고 있다. 하와이국제신학교에서도 공부하고 박사학위논문을 준비 중인 그는 지금 시대에는 기독교 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 교회에 오는 대부분의 신자들이 고학력자이기에 복음을 이성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목사에 따르면 기독교 변증으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거기에 영성을 넣어 줘야 한다. 그래야 단단한 신앙인이 된다.

“일단 사람들을 믿음의 마당 안으로 끌고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변증이 필요합니다. 강한 신앙적 체험도 중요하지만 고학력 비신자들은 논리와 실천이 겸비되지 않으면 교회로 오지 않습니다. 비평과 비판의식이 높은 사람들은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결코 동조하지 않습니다. 과거 부흥시대의 감정적 신앙 운동만 갖고 이 시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교회당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더 높은 가치의 뭔가를 줘야 합니다. 그것이 영성입니다.”

그는 자신이 ‘영성 목회’를 추구한다면서 “지성을 지배하는 목회가 영성 목회”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하루에 최소 2시간 이상씩은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교인들도 훈련이 잘 되어 있어 그와 함께 무릎 꿇으면 한 시간 정도는 내리 기도한다고 한다.

“목회는 무릎을 꿇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하나님 앞에서 항복선언을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하나님의 지시를 받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하나님의 기분을 살피면서 그 분의 기분에 들게 하는 것이 신앙생활입니다. 그 분의 기분을 알기 위해서는 별 수 없습니다.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선한목자교회는 쉼과 나눔, 말씀, 기쁨 등 4가지 키워드를 갖고 있다. 비전(Dream)과 제자(Disciple), 다름(Difference)이라는 ‘3D 운동’도 펼쳐나가고 있다. 하나님 나라 확장이라는 비전을 갖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진정한 제자가 되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포용하는 넉넉한 크리스천이 되자는 운동이다.

“결국 신자들에게는 하늘의 소망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행복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땅의 가치관이 아니라 하늘의 가치관을 갖고 있다보면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을 거스를 수 있는 믿음의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목회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늘의 소망에 가득 차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심 없이 자기를 비우며 참된 목회를 할 수 있습니다. 그 목회 하면서 매일 ‘이전 보다 더욱 주님 사랑하다가’ 이 땅을 떠나고 싶습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