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전문서적 쉴새없이 펴내는 새물결플러스 대표 김요한 목사 “신학이 살아야 교회가 살아… ”
입력 2012-01-24 21:23
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기독 출판계는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 중이다. 웬만한 새 책들이 2000부 남짓한 초판도 팔리기 전에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출판사 마다 묵직한 신학책의 출간을 꺼리고 있다. ‘신학관련 서적은 내면 무조건 손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3년 반의 짧은 역사를 지닌 ‘새물결플러스’라는 이름의 출판사가 묵직하면서도 꼭 필요한 신학관련 서적을 쉼 없이 펴내고 있어서 화제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순서로 보면 톰 라이트의 ‘성경과 하나님의 권위’, 김세윤 고든 피 등 세계적 신학자가 공저한 ‘탐욕의 복음을 버려라’, 크레이그 에반스의 ‘만들어진 예수’, 막스 터너의 ‘성령과 은사’, 행크 해네그래프의 ‘바벨탑에 갇힌 복음’ 등이 있다. 모두 깊은 신학적 성찰이 요구되는 ‘필요한 책’들이다.
신학전문서적은 치열한 번역이 필요하고 제작단가도 높다. 기획부터 발행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초기 기독교 예수 신앙에 대한 역사적 탐구를 한 래리 허타도의 ‘주 예수 그리스도’는 무려 1200페이지에 달한다. 번역료를 포함해 제작비로 7000여만원이 들어갔다. 초판을 500부 찍었는데 아직도 재고가 남아 있다.
어떻게 신생 출판사가 이런 ‘무모한’ 시도를 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새물결플러스 대표 김요한(45) 목사와 그가 담임하고 있는 새물결교회의 헌신이 있다. 김 목사는 예장 합동출신으로 총신대학교를 졸업했다. 최근 서울 목동 새물결플러스 출판사에서 만난 김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위기에 빠진 결정적인 이유를 ‘생각하는 능력의 부재’에서 찾았다. 개신교인들이 진지하고 고민, 사유, 성찰하는 능력을 상실하다보니 일반 사회와의 부조화, 역사의식의 퇴행, 윤리적 결핍 등으로 결국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교회에서 지성의 제자도가 상실된 가장 대표적인 영역이 어딘지 아세요? 바로 주일 강단의 설교입니다. 많은 교회들이 설교의 영광과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일 강단에서 설교의 높이와 깊이, 그리고 넓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교의 높이란 말씀 선포를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설교의 넓이란 세상과의 소통, 이웃과의 진정한 연대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설교의 깊이는 자기 자신의 내면을 말씀의 거울에 비춰 겸허히 성찰하는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설교의 깊이와 높이, 넓이가 약한 한국교회 강단의 설교는 갈수록 미신화, 저질화, 세속화 되어갈 수밖에 없다. 김 목사는 이런 현상의 배후에는 결국 ‘신학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한국교회가 신학의 부재를 극복, 올바른 사유 능력을 회복함으로 교회다운 모습을 회복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안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판사를 시작했다.
“솔직히 묵직한 신학도서 한권을 출판할 때마다 수 천 만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새물결교회 성도들은 모두가 매달 일정액의 출판 헌금을 작정, 선교헌금으로 드립니다. 교회는 이를 통해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을 출판사역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런 성도들의 헌신과 인내가 없었다면 새물결플러스는 존립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새물결교회 성도 수는 350여명. 자체적으로 출판사를 운영할 수 있을 만큼 큰 규모가 아니다. 동네 자체도 서민들이 주로 모여 살고 있다. 평범한 지역교회가 ‘한국교회를 섬기겠다’고 작정하니 다른 대형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새물결교회에는 교육관과 주차장 문제 등 시급한 현안이 있다. 지금까지 출판 사역을 위해 드려진 재정으로 상당 부분 해결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 목사와 성도들은 교회역량을 먼저 출판 선교 사역에 집중키로 했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한국교회가 급격히 붕괴되고 있으며 특히 청년들과 청소년들의 교회 이탈현상이 두드러진 현실에서 개 교회만 덩치를 키워가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는 점이다. 한국교회라는 공교회가 살아나갈 때 ‘내 교회’의 존립 의미가 있는 것이지 한국교회가 무너지고 나면 개교회의 생존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김 목사의 확고한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작은 교회도 바른 뜻을 세우기만 하면 어떤 식으로든 한국교회 전체를 섬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 되고 싶다는 소원 때문이다. 김 목사는 ‘교회 규모’ 보다는 목회자와 성도들의 뜻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가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교회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미명하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장에만 치중한 결과가 무엇입니까? 만신창이 상태의 한국교회가 아닙니까?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꼭 교회의 덩치가 커야 한국 교회와 사회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규모의 교회들도 비전이 명확하고 재정을 건전하게 잘 사용하면 얼마든지 열정과 은사를 따라 한국교회 전체를 섬기는 일에 헌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새물결교회 홈페이지(www.holywave.or.kr)의 교회 비전에는 ‘신학을 크게 융성시켜 복음을 능력 있게 변호함’이라는 목표가 명기되어 있다. 기독교 출판문화의 확산과 정착을 통한 기독교적 지성의 보급에 교회가 헌신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새물결플러스에는 이미 번역이 완료된 1000 페이지 이상의 대작 원고들이 있다. 시장논리로는 한참을 잠자야 하지만 새물결교회의 헌신으로 조만간 세상에 선보이게 될 원고들이다. 김 목사는 “앞으로 성경, 조직, 기독교 윤리, 공공신학, 과학신학 분야의 책들로 한국교회를 성심껏 섬기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