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민간지원 본격 재개… 北, 개성공단 근로자 늘려

입력 2012-01-24 18:58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중단됐던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움직임이다. 북한도 개성공단 근로자 수를 늘리기로 하는 등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경색된 남북관계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대북지원 단체인 남북평화재단은 1억원 상당의 밀가루 180t을 27일 황해도 개풍군과 장풍군 등지의 소학교(초등학교)와 탁아소 등에 전달키로 했다고 24일 통일부가 밝혔다. 평화재단 일부 관계자는 28일까지 북한에 남아 분배 상황도 확인할 예정이다. 이 밀가루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자회의로부터 기탁받은 기금으로 구입한 것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도 밀가루 잔여분 지원과 모니터링을 재개하기 위해 북측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화협은 지난해 황해도 사리원시 취약계층에 밀가루 2500t을 보냈고 김 위원장 사망 이전까지 평안남도 안주시에 밀가루 454t을 지원했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국내의 한 민간단체가 지원한 국수와 아동의류 등이 중국을 거쳐 함경북도 온성의 유치원과 고아원에 전달됐다.

정부는 김 위원장에 대한 공식적인 애도기간이 끝난 만큼 앞으로 민간단체의 방북 신청이 들어오면 승인할 방침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관계자는 “경기도와 함께하는 말라리아 방역지원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개성에서 만나 협의하자는 팩스를 이미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에 보냈다”며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는 대로 방북해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도 민간부문 교류를 추진해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최근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 고분군 일대 소나무 숲에 대한 병충해 방제작업 지원을 남측단체에 요청했다.

또 북측은 26일쯤 개성공단에 근로자 400명 정도를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개성공단에 북한 근로자가 증원되는 것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처음으로, 공단을 원만히 유지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 표명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는 4만8708명으로 전년보다 2424명이 증가했으며 생산액도 지난해 3억6986만 달러로 2010년(3억2332만 달러)보다 14.4% 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민간 차원의 교류 활성화가 남북 당국 간 관계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시대로 접어든 북한이 체제 정비를 마무리하고 대화 의지를 적극 천명해야만 남북관계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분위기 조성용으로 활용될 수는 있겠지만 본격적인 남북화해의 길을 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민간교류협력이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아직 남북한 모두 본격적인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6자회담 개최와 같은 외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