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방 민심-호남·제주] “민주당 무조건 찍는다? 이젠 인물!”

입력 2012-01-24 18:58

4·11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의 설 민심을 지난 21∼24일 들여다봤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격변하는 중앙정치 분위기에 지역의 민심도 움직이고 있다. 예상되는 주요 격전지와 변화 바람이 뚜렷한 지역 주민들의 표심은 크게 몇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이에 따라 팍팍한 서민들의 삶을 달래주고 경제를 확실히 살리는 인물과 정당을 찾고 있다. 구태의연한 텃밭을 선호하기보다는 새로운 인물과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호남지역 주민들은 정치에 대해 아직 냉담한 분위기다. 하지만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에 대한 선호는 뚜렷하다. 광주지역 최대 재래시장인 양동시장에서 지난 22일 만난 40대 가구점 여주인은 “그동안 누굴 찍어줘도 정치하는 꼴이 똑같아 별로 관심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30년째 건어물 장사를 하는 60대 상점 주인도 “우리와 상관없는 정치엔 아예 관심이 없다”며 말문을 닫았다.

그래도 일부 상인들은 “정치인을 잘 뽑아야 우리 고장이 발전한다”며 “이번에는 서민들을 위해 일할 것 같은 인물이면 정당에 관계없이 찍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옷가게를 하는 한모(63·여)씨는 “과거 민주당이면 무조건 찍던 행태에서 벗어나 이제 인물을 보고 선택하겠다”면서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또 부인과 함께 시장을 찾은 회사원 정모(45·광주 송암동)씨는 “그동안 때 되면 표만 달라고 했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눈에 띄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이번 총선에서는 중앙만 바라보던 정치인들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벌써 현역 국회의원 3명이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거나 지역구를 수도권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전북지역, 국회의원이 3명인 제주지역도 주민들이 정치에 대해 썰렁한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회사원 김모(48·전주시 노송동)씨는 “최근 지역신문이 실시한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이 1등한 곳이 많지 않았다”며 “그동안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발전에 기여하지 못한 데 대한 평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제주시에서 편의점을 개업한 유모(60)씨는 “퇴직금을 털어 편의점을 냈는데 생각보다 손님이 없다”며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속 시원히 경제를 살리겠다는 후보가 있으면 표를 주고 싶지만 그런 후보가 없어 보인다”고 씁쓸해했다.

광주·제주=이상일 주미령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