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스모그’ 한반도 덮친다… 오염물질 섞인 중국發 고농도 미세먼지 1월 3차례 유입

입력 2012-01-24 21:48


서해를 건너 날아온 미세먼지가 1월 들어 3차례나 한반도 상공을 뒤덮었다. 황사발원지인 몽골 등지에서 황사가 없었는데도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서 관측되자 베이징올림픽 때 국제적 이슈가 됐던 ‘베이징 스모그’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PM-10(입자 크기가 10㎛ 이하인 미세먼지)을 기준으로 지난 18일 오전 10시 서울의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00㎍/㎥를 넘었다. 오후 5시에 156㎍/㎥로 최고에 달했고 다음날 오전 4시 92㎍/㎥로 떨어질 때까지 18시간 동안 100㎍/㎥를 웃돌았다. 국내 미세먼지 농도 기준치는 24시간 평균 100㎍/㎥, 연간 평균 50㎍/㎥ 이하다.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21∼22일 8시간 동안에도 100㎍/㎥를 초과했다. 22일 새벽 2시에는 156㎍/㎥까지 치솟았다. 지난 9일 오전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18시간 동안에도 100㎍/㎥를 넘어섰고 한때 147㎍/㎥까지 상승했다.

서울의 최근 10년간 1월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59㎍/㎥였다. 평소 50㎍/㎥ 안팎을 유지하던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수시로 2배 이상 뛴 것이다. 지난해 1월 미세먼지 농도가 100㎍/㎥ 이상인 때는 단 1시간이었다.

기상청은 최근 전국적으로 관측되는 고농도의 미세먼지 가운데 상당량은 중국에서 발생한 오염물질로 보고 있다. 비슷한 시기 황사가 발원한 적이 없는데도 베이징 동쪽에서 대기오염물질 때문으로 추정되는 연무(煙霧)가 관측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세먼지 입자는 대부분 크기가 지름 1㎛ 안팎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이들 미세먼지가 지름 2∼6㎛인 황사 먼지보다 크기가 작은 대기오염물질일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반도 주변 기압 배치와 기류의 특성이 중국의 미세먼지를 실어 나르는 데 좋은 조건을 형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겨울에 규모가 큰 고기압이 중국 대륙에 정체되며 미세먼지를 많이 머금었다”며 “겨울 계절풍으로 북서풍이 불면서 중국의 공기가 우리나라로 건너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