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중년패션 종결자 돼볼까… 젊어지는 옷차림·화장 노하우

입력 2012-01-24 17:30


시댁에서 설을 쇠고 돌아온 뒤 계속 화를 못 삭이고 있는 이수정(38·서울 갈현동)씨. 설 음식 준비하고 설거지 하느라 힘들어서? 아니다.

시댁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한결같이 “속상한 일 있었느냐”는 인사를 건넸다. 나이 지긋한 친척들은 남편에게 “아내한테 잘해라! 나이 들면 안사람밖에 없다”고 당부까지 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허둥대는데 노처녀 시누이가 답을 내놨다. “언니, 몇 달 사이에 왜 이렇게 늙었수!”

“오랜만에 새 옷도 마련했고, 화장도 정성스레 했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죠. 귀걸이 목걸이 팔찌 반지 등 평소 하지 않던 액세서리까지 총동원했는데…. 그런데 형님을 보니 알겠더라고요.”

이씨는 자신이 봐도 네 살이나 위인 손윗동서가 훨씬 젊어보였다. 손윗동서는 살짝 여유 있는 무릎길이 스웨터에 아래는 딱 맞는 스키니 바지를 입고 있었다. 몸매가 날렵해보였고, 열심히 일할 채비가 돼 있는 듯했다. 화장도 한 듯 만 듯 옅게 해 잡티가 다 보였지만 주름살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액세서리도 가는 줄목걸이 하나였다.

이씨가 입은 옷은 잿빛 스리피스. ‘세련된 색상에 최신 유행하는 레이어드(덧입기) 패션인데다 뱃살을 가려준다’는 매장 여직원 말에 홀딱 넘어가 새로 산 옷이었다. 풍성한 블라우스에 종아리 중간까지 내려오는 주름치마, 그 위에 긴 조끼를 덧입었더니 뱃살은 가려졌지만 전체적으로 두루뭉술해질 수밖에 없었다. 화장도 기미와 잡티가 신경 쓰여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투웨이케이크까지 동원해 두툼하게 했더니 웃을 때마다 눈 주위 주름살만 도드라질 뿐이었다.

패션전문가들은 종종 이씨와 같은 실수를 하는 중년 여성들이 적지 않다면서 옷과 화장만 잘 해도 날씬하고 젊어 보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사베이 김윤정 디자인실장은 “군살을 가리기 위해 넉넉하게 입거나, 옷을 두껍게 입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더 뚱뚱하고 나이 들어 보이게 해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허리나 배 부분에 살이 많다면 몸에 잘 맞는 상의에 베스트를 입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 너무 꼭 끼는 옷은 군살을 강조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키가 작거나 다리가 짧은 체형이라면 H라인의 원피스 위에 파스텔 톤 계열의 짧은 재킷을 입어주면 결점은 가리면서 한층 화사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라젤로 김경희 디자인실장은 “자신 없는 부분은 가리고, 자신 있는 부분은 강조해보라”며 군살 붙은 상체에 비해 종아리가 날씬한 중년 여성들은 무릎길이 스커트나 몸에 붙는 스키니 바지를 입는 것이 날씬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종아리 중간까지 오는 어중간한 길이는 다리를 더 짧고 굵어보이게 한다. 물론 스키니 바지를 입을 때는 상의를 길게 입어 뱃살과 처진 엉덩이를 가려줘야 한다. 김 실장은 스카프를 내려뜨리거나 카디건을 단추를 연 채 입어 몸에 세로 선을 주는 것도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귀띔했다.

40대 중반 나이에 여섯 살짜리 딸아이를 두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아줌마’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김송하씨. 케이블TV의 ‘화성인 바이러스’에 ‘최강동안’으로 출연했으며, 그 유명세에 힘입어 ‘김송하의 뷰티 스토리’라는 책까지 펴낸 그는 “액세서리를 자제할수록 젊어 보인다”고 말했다. 목걸이, 뱅글(둥근 모양의 팔찌), 귀걸이 중 하나만 포인트로 하든가, 나머지는 아주 작은 디자인으로 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 귀걸이를 큼직한 것을 했다면 목걸이는 생략하고, 뱅글을 했다면 시계나 반지는 착용하지 말라는 것. 또 심플한 의상에는 과감한 디자인으로, 화려한 의상에는 심플한 액세서리로 강약을 조절하면 세련돼 보인단다.

김씨는 “두껍게 바른 파운데이션이 얼마나 얼굴을 평면적이고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면서 촉촉해 보여야 피부가 좋아 보이고 젊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평소 베이스를 꼼꼼히 바르고 잡티 커버는 컨실러만으로 한다는 김씨는 특히 눈가 입가에 파운데이션을 많이 바른 뒤 파우더까지 바른다면 표정주름이 잡혀 자기 나이보다 5년은 더 늙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척추를 곧게 펴고 어깨를 뒤로 젖히는 것만으로도 몇 년은 젊어 보일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는 게 김씨의 조언이다. 지금 옆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라. 어깨는 구부정하고, 등은 굽고 배는 볼록 나왔다면 지금 당장 똑바로 서는 연습부터 시작하자.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