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AIST 내홍, 파벌 싸움으로 흘러서야

입력 2012-01-24 17:43

KAIST가 또 다시 깊은 내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음달 7일 이사회를 앞두고 오명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회, 교수협의회, 서남표 총장이 서 총장 퇴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KAIST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12일 독선적인 학교운영과 소통 부재 등을 이유로 서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자 이사회가 신임 이사 4명의 선임 문제와 함께 서 총장 진퇴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총장 해임은 이사 16명 가운데 9명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되는데, 이사회는 신임 이사 4명의 선임권을 내세워 서 총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서 총장은 자진 사퇴할 수 없으니 차라리 해임하라며 저항하고 있다. 그는 오 이사장이 지난달 초 사퇴를 종용하는 월권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를 거부하자 자신에게 “고위층도 사임을 원한다”고 했다며 폭로성 주장을 펴기도 했다.

서 총장은 2006년 7월 취임한 뒤 KAIST 41년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했다. 재임 5년6개월 동안 그는 교수정년제, 영어강의 등을 시행하면서 교육계에 신선한 개혁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연임 과정에서 교수 사회, 교육과학기술부와 갈등을 빚었고, 지난해에는 학생들의 자살사건이 잇따르면서 그가 실시했던 성적별 등록금 차등제의 정당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KAIST 개혁 문제가 건설적인 논쟁을 벗어나 파벌 싸움 양상으로 변질되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서 총장 진퇴 문제가 마구잡이 폭로전으로 비화되는 것도 개혁 피로감을 부추길 뿐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KAIST 개혁 논쟁의 시작이자 끝은 어떻게 이 대학을 국가 사회에 봉사할 인재를 키우는 진정한 터전으로 육성할 것이냐가 돼야 한다. 서 총장의 진퇴도 이를 준거로 판단해야 하며, 주장의 합리성이나 절차적 정당성 모두 도외시한 시정잡배들의 패싸움 양상이 돼서는 안 된다. 오 이사장과 서 총장은 사회의 원로답게 소통의 미학을 발휘해 우리 과학기술계와 교육계의 미래를 위한 성숙된 해법을 도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