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구려 고분 숲이 병충해로 찌든다는데
입력 2012-01-24 17:42
남북 교류의 빗장이 하나씩 풀리고 있다. 정부의 태도도 한결 누그러지고 있다. 지난 13일 올 들어 처음으로 국내의 한 민간단체가 지원한 국수와 아동복이 함경북도 온성의 유치원과 고아원에 전달됐다. 남북평화재단도 오는 27일 황해도 개풍군과 장풍군의 소학교와 탁아소에 밀가루 180t을 나눠줄 예정이다. 다른 단체들도 지원사업의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언급한 ‘유연성’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시점에 북한이 새로운 지원을 요청하고 나서 관심을 끈다. 북한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 고분군 일대의 소나무 숲이 병충해에 찌들자 방제 작업을 남측에 부탁한 것이다. 2004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 고분군은 동명왕릉 주변 15기, 호남리 사신총 주변 34기, 덕화리 3기, 강서삼묘 3기, 기타 독립고분 8기 등으로 구성됐다.
고구려 고분군의 문화유산 등재를 도운 유네스코에 따르면 등재 당시 고분군 주변의 숲은 울창했으나 지금은 한결같이 심각한 병충해를 앓고 있다. 문제는 고구려 고분군 주변 숲의 훼손이 확산될 경우 세계문화유산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숲을 지키지 못하고 덩그러니 고분만 노출될 경우 문화유산에서 해제되는 수모를 겪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북한의 산림은 수년전부터 병충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고분군뿐 아니라 전역이 병충해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북한 측이 지난해 4월 말 개성을 방문한 우리 측 관계자에게 나무와 숲이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한 것도 이런 사정을 말해준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일단 문화유산에 국한해 방제 작업을 지원키로 했다. 세계문화유산은 국경과 이념을 넘어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다른 사안과 달리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나아가 환경보전은 지구적 관심사이므로 북한 숲을 지키기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