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순만] 돌아온 ‘석궁’

입력 2012-01-24 17:46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복직 소송을 벌이다 2007년 1월 패소하자 재판장이었던 박흥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쏜 사건이 영화화돼 놀라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성격상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였던 사건이었는데, 앞으로 논란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법원에서도 인정했듯 그가 제기한 대학별 고사 수학 출제문제의 오류는 정당한 것이었고, 그가 학자로서 아까운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해당 대학이 김 전 교수에게 ‘괘씸죄’를 적용해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원은 대체로 이런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학 측에 손을 들어줬다. 재임용 문제와 관련해 법원은 학교 측을 보호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돼 있다. 잘못을 정정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서울대 김민수 교수는 사법부의 판결을 7년이나 기다렸고, 아주대 윤병만 교수는 나이 70이 되어서야 잘못된 재임용탈락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동의대 김창호, 박동혁, 장희창 교수는 억울한 재임용 탈락에서 복직되는 데까지 17년이나 걸렸다.

김 전 교수의 범죄행위를 비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실력이 뛰어난 교수가 석궁 범죄자가 되는 배경에 대학과 법원의 폐쇄적 구조가 가로놓여 있다는 강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법원은 이 영화가 핵심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답해야 할 것이다.

재임용 탈락에 있어서는 대학이 제출한 서류를 증거로 채택하면서 재판 증거주의를 강조한 법원이 정작 이 사건의 증거능력은 왜 이렇게 부족한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법원은 신뢰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 ‘부러진 화살’이 전적으로 신뢰할 만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영화는 주인공과의 거리 두기에서 커다란 약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종 김 전 교수가 선(善)이라는 구도 아래서 전개된다. 법원의 입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서 자신의 주인공을 장악한 사람은 상당히 드물다.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누구나 자신의 주인공을 사랑한다. 주인공과 지독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거기서 헤쳐나오는 사람이 작가다. 특히 사극이거나 실화일 경우 주인공과 사건을 객관화시키는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하면 왜곡의 기록을 보태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임순만 수석논설위원 s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