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복귀 첫날] 돌아온 郭 “닫힌 문 다시 열겠다”… 교과부와 정면충돌
입력 2012-01-20 20:43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0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전면전을 시작했다. 곽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공포에 제동을 거는 교과부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교과부는 ‘시한부 교육감’의 진보적 정책을 저지하며 곽 교육감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릴 태세다.
교과부는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재의결되더라도 대법원에 제소하고, 조례집행정지 신청을 하는 등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동안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정부 기관 사이의 대립이 지속되고, 보수·진보 진영의 갈등이 고조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곽 교육감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오후에 서울시의회를 방문해 “학생인권조례는 일단 서울 시민이 발의해 의회가 통과시켰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인권은 두려워할 것이 아니고 껴안아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학교폭력에 대한 자유, 학교폭력 공포에 대한 자유, 학교안전에 대한 권리는 인권조례의 토대”라며 학교폭력 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과부는 신속하게 대응했다. 곽 교육감이 시의회를 방문해 재의요구 철회 의사를 공식화하자 곧바로 재의요구를 요청하는 공문을 시교육청에 보냈다. 교과부와 시교육청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이 법 28조는 교과부 장관이 재의요구를 요청하면 교육감은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조례에 대한 재의요청은 지방의회 통과이후 20일 이내에 하도록 돼 있다는 점을 들어 무효라는 입장이다. 반면 교과부는 교육감이 재의요구를 철회한 이후 다시 20일 이내에 교과부 장관이 재의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교과부는 곽 교육감이 재의요구를 강제할 수단으로 지방자치법 170조 ‘직무이행명령’ 조항을 고려하고 있다. 교과부 장관의 직무이행명령이 거부되면 교과부는 시교육청 대신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행정대집행’이다. 물론 곽 교육감은 이에 대항해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재의요구를 철회한 곽 교육감은 곧바로 학생인권조례 공포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다. 오는 3월부터 각 학교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려면 학칙개정 등 준비작업을 해야 하므로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12개 학부모 및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학부모교육시민단체협의회’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학생인권조례 공포 및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을 냈다. 교과부도 직무이행명령 등을 통해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교과부와 시교육청의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곽 교육감이 출근하면서 진보·보수 진영의 갈등이 치열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출근하는 곽 교육감을 시교육청 9층 집무실까지 따라가 “사퇴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몸싸움이 일어나는 등 시교육청은 소란 속에 하루를 보냈다.
임항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