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MB 탈당론, 박근혜 뜻 반영된 것 아닌가”

입력 2012-01-20 20:44

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 발언으로 촉발된 ‘이명박 대통령 자진 탈당론’에 친이명박계가 연일 격하게 반발하면서 일각에서 분당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진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이계 의원 30여명이 김 위원 사퇴 촉구 연판장에 서명하는가 하면, 박 위원장을 ‘배후’로 지목했다.

친이계의 이러한 반발은 공천 심사과정에서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공심위가 본격적인 ‘솎아내기’ 작업에 돌입하고 공천에 탈락한 친이계가 박세일 신당 등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진수희 의원은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력 제지하지 않는 건 본인의 뜻이 반영된 게 아닌가”라며 박 위원장을 ‘MB 탈당론’의 배후로 겨냥했다. 진 의원은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을 적절히 제지해야 하는 거 아니냐. (동조) 의심이 든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당적을 버린다고 국민이 속아주느냐”면서 “당적도 없는 비대위원 한 명의 해임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고 우리(친이계)가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의 최측근이다.

홍준표 전 대표도 트위터를 통해 “MB덕에 국회의원 한 분들(쇄신파)이 MB 탈당을 요구하는 걸 보니 정치가 참 비정하다”며 “MB의 공과(功過)를 다 안고 지금부터 잘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전날 김 위원 사퇴 연판장을 동료 의원들에게 돌렸던 차명진 의원은 당초의 ‘해임 요구안’을 ‘자진 사임 촉구안’으로 바꿨다. 차 의원은 “50명 이상 서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원들은 이날도 MB 탈당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위원은 전날 자신을 비난한 이재오 의원을 정면으로 반격했다. 그는 라디오에 출연해 “나는 누가 이러쿵저러쿵 한다고 구애받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이 의원이 얘기하는 게 (뭐) 대단한 것이냐. 무엇 때문에 당이 이렇게 됐는지 자기들(친이계)이 성찰할 상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차명진 의원이 (내) 사퇴 촉구안 서명운동을 하든지 말든지 그 사람 자유”라고 했다.

이상돈 위원도 친이계 반발에 조롱 섞인 말투로 “대통령과 정권 자체가 국민들의 신임을 너무 잃었기 때문에 (이 대통령) 탈당이 큰 의미가 없는 게 아니냐”면서 “이미 MB는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 윤리위원장을 역임한 인명진 목사는 “사람(이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실망시킨 MB 정책, 정치 행태를 탈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