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순강화 20돌 中당국 왜 조용한가… “2012년 지도부 교체에 도움안돼”

입력 2012-01-20 17:22

올해는 중국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좌초 위기에 처한 개혁개방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88세의 노구를 이끌고 1992년 1월 18일부터 2월 22일까지 우한, 선전, 주하이, 상하이 등 중국 남부지방을 순례했던 남순강화(南巡講話) 20주년 되는 해.

하지만 중국 당국은 당 중앙 차원의 기념행사조차 열지 않았다. 남순강화의 핵심지역이었던 광둥성 선전시 정부만 19일 덩샤오핑이 선전에서 닷새동안 거쳐갔던 곳을 재방문토록 하는 행사를 주관했을 뿐이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이 올 가을 새 지도부 등장을 앞두고 ‘정치 개혁’이 핫이슈로 떠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989년 천안문 사건에 이은 1991년 소련 붕괴의 영향으로 ‘싱쯔싱서(姓資姓社,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던 남순강화의 역사성에 비춰 본다면 소홀히 지나갈 수 없지만 안정적인 권력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은 당시 선전에서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경제를 발전시키지 않고, 인민들의 생활을 개선하지 않으면 오직 죽음으로 가는 길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큰 방향에 따라 중국은 오늘날 G2(주요 2개국)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남순강화 20주년이 정치 개혁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개혁파였던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의 아들 후더핑(胡德平)은 남순강화 20주년에 맞춰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개혁의 현주소를 토론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후더핑은 이 자리에서 “더욱 과감한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참석자들은 개혁은 당국의 권한을 축소하고 소득 격차나 부패, 이익집단 문제 등을 해결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왕위카이 국가행정학원 교수와 리훙린 전 푸젠성 사회과학원 원장은 “공산당 내에서 경쟁 선거가 이뤄져야 이익집단의 목소리가 낮아질 것”이라며 자유 선거를 주장하기도 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