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점점 굳어지는 민주당 돈봉투 의혹

입력 2012-01-20 17:09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지난 15일 당 대표에 선출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가 하나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근거 없이 확산시키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에서 검찰이 민주통합당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사실로 드러나지 않은 만큼 검찰 수사는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국 순회 연설회가 한창이던 지난 9일 오마이뉴스가 지난해 12월26일 예비경선 직전 영남 지역위원장들에게 50만∼500만원이 든 봉투가 살포됐다고 보도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민주당 진상조사단 활동도 유야무야로 끝났다.

이러던 차에 돈봉투 증언이 또 나왔다. 이번 경선에 참여했던 한 후보 측 관계자가 “예비경선 당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2층 행사장 옆 화장실에서 투표 30∼40분전에 모 후보 측 관계자가 일부 중앙위원들과 돈거래를 하는 것을 봤다”고 KBS에 폭로한 것이다. KBS가 그제 보도한 이 관계자의 진술은 구체적이다. 예비경선 현장은 물론 예비경선 직전인 24일과 25일에도 150만∼300만원씩 뿌려졌으며, 다른 후보도 돈봉투 돌리기 경쟁을 벌였다고 했다. 구린내 나는 매표 행위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발언이다.

민주당은 진상 파악에 들어갔다. KBS에 사실관계를 알아보겠으며, 사실로 파악되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당직자들이 “공개된 장소인 화장실에서 어떻게 돈을 돌릴 수 있겠느냐”며 보도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이를 시사한다. 진상조사단도 꾸리지 않았다. 선거에 나섰던 후보들은 한결같이 “나는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자정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깔아뭉개려 했다간 큰 낭패를 당할 것이다. 한 대표는 검찰에 대한 사감(私感)을 버리고 이미 진행 중인 검찰의 민주당 돈봉투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