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유람선 좌초 현장 살신성인 바이올리니스트,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 먼저 대피시키고…
입력 2012-01-19 19:35
최근 이탈리아 토스카나 해안에 좌초한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에서 아이들을 구하느라 미처 살아 나오지 못한 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이야기가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선도르 페헤르(38)는 콩코르디아호에 고용된 연주단의 단원이었다.
콩코르디아호가 암초와 충돌한 뒤 기울기 시작하자 페헤르는 두려움에 울음을 터뜨린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며 자신보다 아이들을 먼저 챙겼다.
아이들을 대피시킨 그는 그제야 선실로 돌아가 자신의 바이올린을 챙겨 상자에 담은 뒤 부서지지 않도록 피아노 뒤쪽에 숨기고서 갑판으로 다시 나왔다.
같은 배에 탔던 동료 피아니스트 요세프 발로그는 헝가리 일간 블리크와의 인터뷰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에서 구명보트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는 페헤르의 모습이 자신이 본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구한 이 ‘영웅’은 가라앉은 선박 잔해 속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미국 CBS 뉴스에 따르면 페헤르는 아이들과 음악적 재능을 공유하고 싶어 한 인정 많은 음악가였다. 지난달 그의 유튜브 개인 계정에 올라온 영상에는 페헤르가 바이올린을 연주한 뒤 누군가와 인터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연주단 동료로 드러머인 지우세페 지롤라모도 크루즈 침몰 당시 한 어린이에게 구명정 자리를 양보했다고 뉴욕 데일리는 전했다. 그의 시신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