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발목잡는 ‘SOPA·PIPA’

입력 2012-01-19 19:34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 금지법안(SOPA)과 지적재산권보호법안(PIPA)이 재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들 법안의 통과를 요구하는 할리우드의 일부 거물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을 단 한 푼도 대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데드라인닷컴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이 검열조장과 사이버 보안저해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필요시 이들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하자 할리우드의 일부 거물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 법안들에 대해 최소한 중립, 또는 찬성 입장을 보일 때까지 압력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할리우드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표를 모아줄 수 있는 최대 후원자 중 하나다.

이 법안들은 미국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 해적물이나 위조 상품들이 해외 웹사이트를 통해 불법적으로 판매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추진됐다.

할리우드와 음반업계가 이 법의 제정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온라인상 도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산업이 영화 드라마 음악업계이기 때문이다.

반면 대표적인 IT 업체들인 구글 트위터 야후 이베이 유튜브 등은 모두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이 법안을 둘러싼 찬반 싸움은 할리우드와 IT업계간의 로비전쟁으로 불린다.

이 법안들에 대해 의회가 찬성하고 있는 분위기이나, 워낙 반대가 드세 의회에서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백악관은 최근 2개 법안의 주요 내용들이 “문제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법안 공동발의자였던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18일 “저작권도 보호해야 하지만 자유롭게 개방된 인터넷 환경도 보호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데 이어, 공화당 중진 짐 드민트 의원도 반대 성명을 냈다.

척 그래슬리 등 6명의 상원의원은 지난주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법안 투표를 연기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리드 원내 대표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언론과 대립관계에 있는 미디어의 제왕 루퍼트 머독은 “오바마 대통령이 도적질을 통해 모든 소프트웨어 창의자들을 위협하는 실리콘 밸리의 정치후원자들의 편을 들어주기로 작정했다”고 비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