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 유도봉’에 혈세 쏟는 울산시

입력 2012-01-19 19:21


울산시가 도로 곳곳에 설치하는 차선유도봉(이하 유도봉)에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때문에 설치부터 폐기까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19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시와 각 자치단체는 설치 규정에 따라 ‘위험구조물 유도’에만 사용하도록 돼있는 유도봉 1만7600개를 설치·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유도봉 설치 자체가 예산낭비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도로의 만능 시설물처럼 여겨지면서 도로중앙분리대용, 차량진입방지용, 불법주·정차방지용 등으로 최근 3년 새 마구잡이로 설치됐다. 정작 용도에 알맞게 설치된 것은 4300여개뿐이다. 1개 설치에 4만원 정도로 투입된 예산만 4억여원에 이른다.

용도에 맞지도 않은 곳에 설치된 유도봉은 1년이 채 안돼 파손되면서 관리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따라서 시와 울산지방경찰청은 최근 용도에 맞게 설치된 유도봉을 제외한 나머지를 이달 말까지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7000여개를, 5개 지자체는 6000여개를 각각 맡았다. 철거작업은 공무원이 직접 하기로 하고 지난달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아스팔트에 박아 둔 볼트와 받침대는 놔두고 플라스틱 봉만 낫으로 대충 ‘싹둑’ 자르면서 다시 발생했다. 도로 곳곳에 삐죽삐죽 날카롭게 짤린 채 남아있는 부분이 차량 타이어 펑크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필요한 유도봉들도 일부 잘려나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시는 이에 업체 4곳에 개당 4000원 정도에 철거용역을 줬다. 울산시 관계자는 “유도봉을 완전히 철거하려면 전문인력이 필요했고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업체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비용을 도로 유지관리 예산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업체 관계자는 “보통 계약을 한 뒤 일하는데 이번에는 작업 완료 후 철거한 유도봉 개수에 따라 정산하는 조건”이라면서 “시가 이상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철거 비용을 약 3000만원 정도, 자치단체들은 2400만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폐기하는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 이래저래 세금만 낭비하는 꼴사나운 행정이 됐다.

울산=글·사진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