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안전판’ 개인연금 시장 급팽창… 2011년 적립금 잔액 25% 늘어 75조원
입력 2012-01-19 19:13
대기업 간부인 김모(53)씨는 지난해 말 S보험사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했다. 연말정산을 앞두고 최대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노후를 대비하기엔 주식투자는 불안하고, 그렇다고 은행예금에 넣어두기엔 금리가 너무 박하다고 생각했다. 김씨는 19일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연금만으로 은퇴 후 생활이 어렵고 자식들에게 기댈 생각도 없어 연금저축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백화점 부장으로 근무 중인 이모(49)씨 역시 비슷한 시기에 W증권에서 판매 중인 10년 만기 연금저축펀드에 들었다. 연말 소득공제 혜택을 보고 장기적으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서다. 이씨는 “내년에 만기가 되는 은행적금을 타게 되면 이 돈도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연금저축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은퇴와 맞물려 있다. 자식에게 기댈 생각이 없는 베이비부머들이 노후생활 자금 마련을 위해 연금저축 가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011년 소득분 연말정산부터 개인연금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어난 점도 개인연금 잔액이 크게 증가한 이유다.
2010년 3월 보험사 연금저축에 가입했던 회사원 최모(46·여)씨는 지난해 말 한도를 400만원으로 늘렸다. 최씨는 지난해 11월까지 매월 25만씩 불입했으나 12월에 100만원을 추가로 불입한 뒤 올해부터는 매월 34만원으로 증액했다. 최씨는 “소득공제한도가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어난 점을 활용하면서도 은퇴자금 마련을 위해서 가입액을 늘렸다”고 말했다.
연금저축 가입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이처럼 소득공제를 염두에 둔 회사원을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인 측면도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개인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13월의 보너스’로 불리는 연말소득정산 혜택을 노린 회사원들의 가입이 부쩍 늘었다”면서 “각 금융사들도 이런 점을 겨냥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개인연금 공시이율은 연 5% 안팎이다. 연 3% 초반대인 은행의 1년 정기예금 이자에 비하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한때 단기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양도성예금증서(CD)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도 외면 받고 있다. 정기예금이나 적금에 비해 금리(연 3.5% 수준)가 높지만 개인연금보다 낮다. 우리 국민 신한 하나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현재 단기 시장성 예금 잔액은 6조9417억원이다. 1년 전인 2010년 말 12조1501억원에 비해 무려 43%나 급감한 것은 이 같은 변화를 말해준다.
실제로 지난해 개인연금(연금저축+연금신탁+연금저축펀드) 적립금 잔액은 2010년의 60조원보다 25% 증가한 75조원으로 추산됐다. 개인연금 잔액은 2007년 42조원, 2008년 46조원, 2009년 52조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최근 들어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전문가들은 “소득공제 등 절세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데다 직장에서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들이 자식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경향 때문에 연금저축 가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갈수록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현동 기자 hd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