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탈당’ 싸고 당내 세력간 갈등 번진다… 한나라 비대위원 이어 쇄신파 가세에 친이계 반발
입력 2012-01-19 21:53
이명박 대통령 탈당론을 놓고 여당 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들의 주장에 쇄신파가 가세하자 친이명박계가 강력히 반발했고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친박근혜계는 진화를 시도하는 양상이다.
쇄신파 권영진 의원은 19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새롭게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를 비켜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앞으로) 1년 내내 대통령에 대한 흔들기가 진행되고 국정은 표류할 것이며 고통은 국민에게 갈 것”이라며 “대통령이 중립지대에 계시는 게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이 대통령 자진 탈당을 촉구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은 이날도 라디오에 출연, “(어제 내 발언은)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 글을 통해 “구름에 가렸던 둥근 달이 갑자기 나타나면 졸던 동네 개들이 모두 나와 짖어댄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둥근 달’은 박 위원장을, ‘동네 개들’은 비대위원들을 비꼬아 지칭한 것이다. 이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대통령이 (당을) 나가 이득을 본다면 비대위원이든 누구든 나가면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장제원 의원도 트위터에서 “MB 탈당으로 총선에서 이익을 보겠다는 마음이 있으면 꼼수다. 김종인 주연에 박근혜 연출인가”라고 주장했다.
차명진 의원은 김 위원의 해임요구안을 박 위원장에게 제출하기로 했다면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서명서를 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친이계가 박 위원장까지 겨냥하자 친박계는 서둘러 파장 진화에 주력했다. 이 문제가 박 위원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상현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MB탈당 요구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적었다. 이종혁 의원도 “잘못한 대통령까지 우리의 몫”이라고 했고 유승민 의원은 “당이 깨지는 빌미를 비대위가 제공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대통령 탈당 문제는 (비대위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면서 “차별을 위한 차별화는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한편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이 대통령이 자진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임기 말에 대통령이 탈당하는 배신과 분열의 정치를 이번에는 끝내자는 게 청와대의 정리된 스탠스”라고 말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당의) 일부에서 나온 의견인 만큼 지켜보겠다”고만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