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의장 부속실·비서관 자택 전격 압수수색… 진술 의존 수사에 한계 물증 확보 새 돌파구 모색

입력 2012-01-19 21:55

검찰이 19일 박희태 국회의장 부속실 등과 비서관들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돈 봉투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돈 봉투 살포에 깊이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박 의장 측근들의 소환조사에 앞선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해 압박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고승덕 의원실 여비서의 ‘뿔테 안경남’이라는 진술 외에 마땅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2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를 끝까지 부인한 고명진(40) 전 국회의장 비서관에 대한 학습효과이기도 하다. 나아가 측근들에 대한 강제수사를 통해 박 의장을 정조준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검찰은 전날까지만 해도 의심 가는 인물을 부르고 싶지만 “뭐가 있어야 부를 것 아니냐”라며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동안 조사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검찰이 증거확보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특정한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정황을 제시해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는 점, 압수수색 대상이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 비서실과 부속실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검찰이 단순히 심증만으로 칼을 뽑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우선 검찰이 안병용(54·구속)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 고 전 비서관 등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와 관련해 윗선을 압박할 중요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의 자금 관리를 총괄한 조정만 수석비서관 등을 대상으로 한 계좌추적에서 돈 봉투 출처와 관련한 단서가 포착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이 때늦은 ‘뒷북수사’라는 지적도 있다. 돈 봉투 수사가 지난 5일 한나라당의 수사의뢰로 공식화된 지 2주일이 지난 시점에 검찰이 뒤늦게 압수수색에 들어감으로써 이미 핵심당사자들이 증거를 치웠거나 없앴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박 의장 측 관계자들이 국제전화 등을 통해 사전에 여러 차례 접촉해 서로 입을 맞췄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이 박 의장 핵심측근들에 대한 압수수색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해외순방 중인 박 의장에 대해 지나치게 예우를 갖추려다가 실기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국회의장 비서실과 부속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일사분란하게 진행됐다. 검찰 관계자들은 오전 8시20분쯤 국회 본관에 들어서자마자 검사 1명과 수사관 2∼3명씩 2개조로 편성한 뒤 각각 304호와 327호로 향했다. 국회의장 집무실과 벽 하나 사이로 맞붙어 있는 본관 304호에서는 이봉건 비서관실과 함은미 보좌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327호는 박 의장을 20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최측근 조정만 정책수석비서관의 사무실이다. 압수수색 영장을 소지한 검찰 관계자들은 304호와 327호에 들어서자마자 출입문을 철저히 통제한 채 자료 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국회에 도착하기 직전인 오전 8시쯤 국회 사무총장에게 압수수색 계획을 통보해 사전에 알지 못했던 국회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