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1심 유죄 선고] 대법 판결까지 ‘시한부 복귀’…서울시교육청 곽노현표 정책 속도낼듯

입력 2012-01-19 18:59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20일부터 시교육청에 출근한다. 지난해 9월 21일 구속기소로 직무집행이 정지된 지 120일 만이다. 비록 1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되는 ‘시한부 복귀’지만 그 동안 곽 교육감의 주요 교육정책이 중단되거나 후퇴한 것을 생각하면 변화는 불가피하다. 앞으로 곽 교육감을 지지하는 진보 측과 사퇴를 요구하는 보수 측이 서울의 주요 교육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 철회 등 교육정책 변화=곽 교육감은 가장 먼저 이대영 권한대행이 결정한 학생인권조례 재의요구를 철회하고 조례를 공포할 계획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시민단체가 발의한 학생인권조례는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됐지만 시교육청의 재의 요청으로 공포되지 않았다. 곽 교육감은 수감 중 면회를 온 지인들에게 “풀려나면 가장 먼저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를 철회하고 공포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권한대행이 3월말로 미룬 ‘고교선택제 수정안’의 발표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고교선택제는 중3 학생이 서울의 모든 일반계 고교 중 가고 싶은 학교를 지원하면 추첨으로 배정하는 제도다. 곽 교육감은 고교선택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개선안을 추진했다.

곽 교육감이 발표한 ‘2011∼2014년 서울교육발전계획’ 실행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기에는 혁신학교 300곳 건립, 무상급식 확대 등 곽 교육감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주요 정책이 담겨있다. 올해 주요 사업을 구체화한 ‘초·중·등 교육업무 계획’도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 시작된 교육계 갈등=보수·진보 진영의 갈등은 이미 시작됐다. 보수단체는 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만큼 일시적인 직무복귀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최미숙 대표는 “직무복귀 만으로 교육계에는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유죄가 인정됐으므로 교육계 안정을 위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직무복귀는 어불성설”이라고 촉구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손충모 대변인은 “곽 교육감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서울교육 개혁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는 “환영한다. 서둘러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보수 진영의 갈등은 오는 3월 1일자로 단행되는 교장, 교감, 교육청 간부 등의 인사권을 곽 교육감이 행사하기 시작하면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임명한 이대영 부교육감이 교육감 권한대행으로 ‘곽 교육감 지우기’에 나섰던 만큼 부교육감 교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둔 곽 교육감이 시간에 쫓겨 자신의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유죄판결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라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교육감의 권위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