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줄잇는데… 민주통합 지도부 ‘호남 물갈이’ 미묘
입력 2012-01-19 18:28
민주통합당에 호남지역 공천을 놓고 지도부 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명숙 대표는 19일 광주광역시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주는 군부독재 철폐의 서막을 올린 지역으로 1997년 민주정부를 수립한 근거지이며 2002년 노무현 바람의 진원지”라며 “2012년 광주는 반드시 정권교체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천혁명을 약속했고 밑으로부터의 공천혁명은 이미 시작됐다”면서 “광주·전남을 비롯해 많은 지도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불출마하고 공천혁명의 물꼬를 트려고 어려운 지역으로 바꾸고 있다”고 기득권 포기를 강조했다.
한 대표는 정동영·정세균 상임고문과 김효석 의원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이날 호남 불출마를 선언한 유선호 의원을 의식해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밑으로부터의 공천혁명을 강조함으로써 앞으로 호남을 중심으로 한 당 중진들의 기득권 포기 압박이 거세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박지원 최고위원은 “과거 호남에서 20%만 한나라당으로 지지가 넘어가더라도 정권교체를 할 수 없었던 것을 기억한다”면서 “공천혁명은 반드시 이뤄야 하지만 군사독재, 한나라당 논리로 호남 물갈이론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문성근 최고위원은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애석하게도 시민사회 쪽에선 저 혼자 들어오다 보니 시민사회에서 좀 허탈해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정말 소중한 당의, 사회의 자산이기 때문에 너무 허탈해하지 않고 손잡고 갈 수 있도록 각별히 마음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당직 인선 등에서의 시민사회 측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표는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듯 최고위원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호남 물갈이론이란 말 자체가 우리 당에 성립이 안 된다”며 “위에서부터 몇 퍼센트 자르는 식의 물갈이가 아니고 공천혁명이란 정신에 입각한 자기희생적 결단이 훨씬 아름답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한나라당으로 화살을 돌려 “완전개방 국민참여경선에서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고자 법 개정을 제안했지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박 위원장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찌감치 대구 출마를 선언했던 김부겸 최고위원은 수성갑 출마를 확정했다. 수성갑은 신흥 아파트 지역으로 대구의 정치1번지로 불리는 곳이다. 현재 한나라당 친박근혜계 이한구 의원의 지역구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