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블러드 다이아몬드

입력 2012-01-19 19:02

다이아몬드는 모스경도가 10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 다른 물질을 부수되, 스스로는 상처를 입지 않아 영원한 사랑, 순수, 순결 등을 의미한다. 원래 인도 드라비다족이 사용했고 로마 시대에 유럽으로 전래됐다. 17세기 말 베네치아의 빈센트 페루치가 연마법을 개발한 뒤 무지갯빛 광채를 뿜는 최고의 보석이 되었다. 블루호프 같은 유명 다이아몬드에는 소유자들이 하나같이 불행에 빠졌다는 저주 이야기가 따라다니곤 한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제니퍼 코넬리가 나오는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는 1999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광산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하다 100캐럿이 넘는 원석을 발견한 원주민과 무기밀매상, 다이아 밀거래를 파헤치려는 여기자가 피 비린내 나는 내전 속에서 엮어내는 스토리다.

영화 주제는 아프리카 다이아몬드가 피의 희생을 대가로 하고 있음을 고발하는 것이다. 정부군이나 반군 모두 잔인한 수단을 동원해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한 다음 밀거래를 통해 군자금이나 무기를 마련하고 다시 무자비한 무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다이아몬드는 주민 복리와는 전혀 무관하며, 오직 전쟁을 부추기고 공동체를 초토화하는 데 동원된다.

실제로 시에라리온 반군인 혁명연합전선(RUF)은 광산을 장악하기 위해 주민들의 손을 자르고 학살하는 공포 정치를 자행했다. 2002년 내전이 마무리되기까지 2만명의 국민이 불구가 됐고 7만5000명이 죽고 200만명의 난민이 생겼다. 이런 비극은 앙골라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 민주콩고 등에서도 일어났다. 아프리카의 풍부한 자원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블러드 다이아몬드다.

그렇다고 전 세계 공급량의 60%를 차지하는 아프리카산 다이아몬드가 전부 피에 물든 것은 아니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이었던 보츠와나는 다이아몬드 수출을 통해 최근 25년 사이 가장 급성장한 국가가 됐다. 정정이 안정된 카메룬에도 다이아몬드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 계약과 관련해 우리나라 고위 관리가 부풀린 자료를 내 특정기업 주가를 끌어올리고 미리 친인척에게 주식투자를 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 다이아몬드의 저주처럼 근거 없는 해프닝으로 끝날지, 블러드 다이아몬드처럼 인간집단의 욕심이 부른 또 하나의 추문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