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자오쯔양… ‘中 비운의 정치인’ 사망 7주기에 추모객 몰려

입력 2012-01-18 21:58

17일 베이징 둥청(東城)구 왕푸징(王府井)부근 푸창(富强) 후퉁(胡同, 베이징 옛 뒷골목)에 있는 한 쓰허위안(四合院, ‘ㅁ’자 형태의 베이징 전통건축 양식).

이곳에 아침 일찍부터 국화꽃 화환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30㎡ 가량 되는 이 집 마당은 모여든 사람들로 하루 종일 붐볐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데 반대하다 실각한 ‘비운의 정치인’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7주기 추도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쓰허위안 내 한 방에는 자오 전 총서기가 미소짓고 있는 대형 사진이 내걸렸고 국화꽃 수십 개가 사진을 둘러싸고 놓여 있었다. 사진 옆으로 벽에 붙은 대련(對聯)에는 “당신의 자녀가 되는 것은 평생의 영광, 당신의 결정한 것을 영원히 지지하리라”고 적혀 있었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올 가을 중국 지도부의 교체를 앞두고 있어 정치 개혁을 바라는 열망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네티즌들은 웨이보(微博)에 자오 전 총서기를 애도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자오 전 총서기의 사위 왕즈화(王志華)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기자에게 “오늘 추모객들이 과거보다 많이 찾아온 것은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며 “사람들은 중국이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거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국무원 연구실의 연구원 야오젠푸는 “공산당 새 지도부가 자오 전 총서기와 자오의 전임자였던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가 추구했던 개혁으로부터 배우기를 일반인들은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추도식에 참석한 한 베이징대 학생은 “당국은 고의로 역사적 진실을 덮었지만 천안문 사태는 민주화를 위한 출발점이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역사가 인민에 의해 쓰여진다는 게 다행”이라며 “1989년 6월 4일 학생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데 반대한 자오 전 총서기를 추모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날 추도식을 막지는 않았지만 자오 전 총서기 비서였던 바오퉁에 대해서는 3일 동안 추도식과 관련한 어떤 행사에도 참가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 전 총서기는 천안문 사태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실각돼 2005년 85세로 사망할 때까지 16년 동안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야 했다.

그의 사후 ‘국가의 죄수(Prisoner of the State)’라는 회고록이 비서 바오퉁의 아들에 의해 2009년 홍콩에서 출간되자 품절되기도 했으나 중국에서는 금서로 지정됐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