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의장, 언제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건가
입력 2012-01-18 18:45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에 대한 박희태 국회의장의 해명은 실망스럽다. 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어제 귀국한 박 의장은 예전처럼 모르쇠로 일관했다. “모르는 일이라는 말 외에 드릴 말씀이 없다.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다 돼 가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만큼 4·11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며, 검찰 수사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직에서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검찰이 자신의 연루 사실을 분명히 밝혀낼 때까지 국회의장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으로, 검찰에 공을 떠넘긴 것이다. 검찰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자세마저 엿보인다. 너무 염치없고 치졸해 보인다.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을 도왔던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은 이미 구속됐다. 전 비서인 고명진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데 이어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이봉건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 등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박 의장이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당내 인사들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박 의장 캠프 문건도 입수했다고 한다. 이렇듯 수사의 칼끝이 박 의장을 겨냥하고 있음에도 검찰이 확실한 물증을 찾을 때까지 버티겠다는 것은 한나라당과 국회 나아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더욱이 박 의장은 이미 ‘식물 국회의장’이다. 국회의장직 사퇴 촉구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등 입법부 구성원인 여야 모두가 박 의장을 수장(首長)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 의장이 국회의장직에 연연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계제가 아닌 것이다.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국회의장직에서 조속히 물러나는 게 맞다.
박 의장이 금품살포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선 때 쓴 자금 규모는 얼마인지 그리고 그 돈을 어디에서 어떻게 조달했는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모른다’는 무책임한 말만 반복할 게 아니라 국민 앞에 그 내역을 소상히 고백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