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흑색선전 부추길 ‘정봉주 비호법’ 폐기하라
입력 2012-01-18 18:43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17일 취임인사차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간 자리에서 속칭 ‘정봉주법’의 2월 국회 처리를 요청했다.
정봉주법은 BBK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1년형이 확정돼 수감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을 구하려는 목적의 법이다. 법안의 취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정봉주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감옥행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감옥에 가두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정봉주법이란 작명법을 공공연히 따르고 있는 점을 보면 이 법이 위인설법(爲人設法)이란 사실이 분명해진다. 굳이 정봉주란 이름을 사용하는 이면에는 사법부의 최종판결마저 불복하고 팟캐스트 ‘나꼼수’의 인기에 편승해 정 전 의원과 BBK 문제를 계속 여론화시키겠다는 노이즈마케팅 전략이 엿보인다.
법 내용도 문제다. 정봉주법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요건을 ‘당선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경우’에서 ‘허위사실을 알고도 후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공표한 경우’로 적용 범위를 축소했다. 또 공적 사안으로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한 경우는 처벌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고 있다. 이처럼 허위사실공표죄 적용이 제한될 경우 우리나라처럼 선거철만 되면 흑색선전과 근거 없는 비방이 기승을 부리는 풍토를 바로잡기 힘들게 된다. 더욱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알았는지나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기 힘들고, 법적 경계를 정하기도 어려워 허위사실공표죄가 사문화될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현행 형법 제1조3항에도 법개정으로 무죄가 된 경우 형 집행을 면제한다는 규정이 있는데도 굳이 부칙 제2조에 같은 내용의 경과규정을 중언부언 덧붙인 것도 얕은 입법 취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은 의리 운운하며 대법원 유죄 판결을 뒤집으려 무리하지 말고 공당으로서 대도를 걸어야 한다. ‘정봉주 비호법’을 계속 고집하다 보면 정말로 필요한 법개정 노력마저 훼손시키게 될 것이다.